2013년 10월 20일 일요일

G2와 균형



10번은 읽었을까? 
나는 삼국지를 꽤나 재미있게 읽었고 요즘도 심심하면 읽는 소설 중 하나이다. 

내가 처음 삼국지를 접한 것은 초등학생 때였는데 당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묘하게 끌리던 것이 있었다. 하나는 조조라는 인물이었고 다른 하나는 천하삼분지계이다. 어린 나이에 뭘 알아서 끌린 것이 아니라 조조라는 인물의 도덕관념과 제갈량의 천하를 셋으로 나눈다는 발상 자체가 참 대범해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천하삼분지계라는 것은 중국을 3등분으로 나누어 전국의 평화를 도모하려는 제갈량의 첫 번째 그림이다. 이것은 "솥의 세발"이라는 표현으로도 간혹 쓰이는데 한쪽의 힘이 강성하면 다른 두 나라가 힘을 모아 강성한 나라를 견제해서 힘의 균형을 맞추어 평화를 이룬다는 이상이다. 

천하의 안정을 목표로 한 제갈량의 이 천하삼분지계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었을 것이다. 솥의 세 발은 결국 서로가 서로를 견제해야 하고 이것은 긴장관계를 늦출 수 없다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G2라는 말이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고 있다. G2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상을 말하는데 특히나 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 G2라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과거 미국을 세계의 패권국가로서 인식하던 나라들이 이젠 중국의 힘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되는데 이것을 조금 확대해서 해석해보면 이제 세계는 "과거 미국의 주도하에 안정됐던 세상이 중국의 도전으로 인해 불안정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들의 힘싸움은 이제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국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TPP와 중국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RCEP이다.




TPP와 RCEP는 단순한 경제블록을 형성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이런 미국의 견제를 벗어나 자국의 영향을 키우려는 중국의 힘겨루기로 보여진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 두 나라 사이에서 꽤나 많은 계산을 두둘겨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두 나라의 힘겨루기에서 꽤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판단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로 이 이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두 나라 사이에서 적절히 줄다리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 지금은 잠시 뒤로 물러섰지만 언제고 다시 올라올 유럽의 존재도 잘 이용하면 좋을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