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노트 수정
올리고 나서도 고민이 되어 두 번을 지웠다. 하지만 내 블로그는 어디에 광고를 한 적도 없고, 지인들과의 생각 공유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다.
‘미국 주가는 영원히 하락하지 않을 고원에 도달했다.’
이는 유명한 경제학자 어빙피셔의 말이다. 그가 이 말을 한 후 며칠 뒤 주식시장의 폭락과 대공황이 발생했다.
근래 주식시장은 buy the dip 전략이 완전히 성공하는 그런 긍정적인 시장이었다.
이 전략은 정부 개입을 전제로 시스템 붕괴는 없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전략이다. 현대 경제학 그리고 금융공학은 과거와 비교해 많이 발전했고, 특히 08년 금융위기 때 버냉키가 보여준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을 통한 시장 안정화 정책은 지금 마치 교과서와 같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나 역시도 이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때론 필요하다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영원히 가능한 선택지는 아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정부부채에 있다. 특히 미국의 정부부채는 낙관만 하기엔 매우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사실 미국 정부부채 문제는 꽤나 오랜기간 이어온 이슈다. 이제와서 정부부채가 문제라고 언급하는 것은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고민해 볼 지점이 분명하게 있다.
경제는 절대값보다 상대값이 더 중요하다. 즉 부채의 총량보다 부채를 다른 무엇과 비교해야 한다.
위 차트를 보면 알 수 있지만 1980년 이후 gdp 대비 정부부채는 추세적으로 계속 상승해왔다. 그런데 이 추세적 상승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정부부채 비율이 완만한 추세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침체를 만나는 경우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08년 이후 미국 정부의 부채비율은 위기 때마다 큰 폭으로 수직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의 금융위기 극복이 성공적이라는 의견이 가져온 효과다. 위기가 오면 정부는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했고, 이는 부채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로 현재 미국 정부부채 비율은 120% 가까이 되고, 이 수준은 일본, 싱가포르, 그리스, 이탈리아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정부부채 비율이다.
다음 위기가 오면 또 헬리콥터 벤이 소환될 수 있을까?
일단 미국 고용이 정말 미스터리였다. 미국이 통계 조작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몇 번 이와 관련해 노트를 적기도 했었다. 그렇게 작년 말부터 고용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결론은 단순하다. 그냥 나오는 그대로 보자이다. 만약 내 생각대로 통계가 조작이라면 미국 정부는 시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한다는 뜻이고, 조작이 아니라면 미국은 실제로 고용이 단단한 상황이다. 정부가 영끌하며 시장을 끌고 간다면 거품은 그 끝까지 갈 가능성이 있고, 거품은 쉽게 터지지 않는다. 시장 역시 계속 환호성을 지르며 끝까지 달려갈 수 있다. 따라서 미리 선수치고 자리하기 보단 확실한 싸인이 보이면 움직이는게 좋다.
7월 미국의 소득과 고용에 변화를 확인했다. 변곡점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작년 고용 데이터가 대량 조정된 것과 같이 이번에도 또 다시 고용 데이터가 크게 조정이 됐다. 앞으로 9월, 10월에 나올 8,9월의 데이터가 중요하다. 변곡점이 추세로 이어질지 아니면 변곡점이 아닌 잠시 조정일지 그 때 가서야 알 수 있다.
지금 주식시장은 PER만 두고 본다면 역사상 가장 높은 it 거품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즉 금융 시장 전체가 크게 부풀어진 상황이다. 만약 지금은 수면아래에 있는 상업용 공실문제부터 이런저런 내가 다 알 수 없는 문제들이 터져 나오게 된다면 이 때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가져야 할 부채는 08년 수준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08년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정부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했고, gdp 대비 부채비율은 약 20%가 증가했다. 이 후 코로나 직전까지 정부부채 비율은 100%까지 증가했고, 코로나로 인해 미국 정부는 약 20%의 정부부채 비율을 또 증가시켰다.
다음에도 기계적으로 20%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정부부채 비율은 140%에 육박한다.
미국은 이 부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패권싸움 시기에 부채를 줄일 생각은 없을 것이다. 부채는 미래 성장을 현재로 가져오는 행위인데, 부채를 줄인다는 것은 미국에게 패권싸움에서 물러섬을 뜻한다.
과거 모든 패권국들의 역사를 보면 그들이 패권을 잃었을 때 2등 국가가 되지 않았다. 더 깊은 하락을 맞이했다. 미국은 이런 과거의 역사를 보면서 그리고 중국의 AI 성장을 보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테다.
그런 미국의 답은 스테이블 코인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은 지금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국채 발행의 자유를 얻고 싶어한다.
국채 발행의 자유란 결국 부채의 자유를 뜻한다.
물론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히 부채의 자유만을 향하지 않는다. 자칫 흔들릴 수 있는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우선 미국은 지금 가상화폐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이것이 중국과 다른 접근이다.
중국은 중앙 정부의 금융시장 통제를 잃지 않기 위해 가상화폐 시장을 닫았지만 미국은 반대로 이 시장을 이용하려고 한다.
우선 민간에서 성장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 중 스테이블 코인을 공략한다. 미국도 처음엔 가상화폐 시장을 이렇게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고 본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을 넘어 스테이블 코인의 형태로 발전하게 됐고, 이를 본 미국이 가능성을 본 것 같다.
일단 지니어스 법안이 통과됐다. 앞으로 스테이블 코인은 무역결제 시장을 시작으로 포문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여행자들의 수요도 분명 존재한다. 이것이 얼마나 대중화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문제는 관성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채를 담보로 하기 때문에 국채이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코인 매수자에겐 이자 수익이 돌아가지 않으니 이 부분에서 코인 매수자에게 어떤 이익이 제공될 수 있고, 이것은 코인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관성이 생기면 문제가 생긴다. 극단적인 경우엔 미국 외 국가들의 통화주권에 문제가 생긴다.
난 미국이 결국은 중국과 같은 cbdc로 갈 것이라 본다. 다만 지금은 민간시장을 이용하면서 부채 즉 국채의 수요를 높이고 동시에 가상화폐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우선 지금의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활성화시킨다. 이후 이 시장의 이해가 증진되고, 가상화폐의 활용이 가시적으로 보인다면 미국 정부는 금융기관들 사이에 디지털 달러를 사용하도록 하는 시험을 해볼 수 있다. 지금 jp모건이 기업간 가상화폐/블록체인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jp모건은 이미 정부와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른다. jp모건의 지금 실험은 미국에게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본다. 아무튼 미국 정부는 금융기관을 시작으로 다음엔 민간 스테이블 코인과의 연동을 시도하며 일반인들이 디지털 달러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접근할 수 있다.
이후 미국은 디지털 달러의 민간 시장을 통하지 않고 재무부가 직접 국채와 연동된 디지털 달러를 발행할 수 있다. 국채 최대 매수자는 기관이고, 이 기관들은 자산 포트폴리오에 미국채를 넣기 위해 디지털 달러를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들을 이용하면 일반 영역에도 디지털 달러의 유통을 더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 이 때 연준과 재무부의 이권 다툼이 있을 수 있다. 미국정부가 재무부의 재량을 얼마나 인정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연준과 정부의 관계는 늘 쉽지 않았다.
일반 영역에도 디지털 달러가 쓰인다는 것은 결국 디지털 달러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이 미국의 부채를 나눠 갖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미국 자체가 대마불사가 되는 길이다. 대마불사 은행이 파산하면 국가가 이를 보증하고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시스템 붕괴를 막는다. 전세계 사람들이 미국 부채를 나눠 갖게 된다면 미국은 대마불사가 될 수 있다.
물론 위 내 시나리오가 다소 극단적이다.
하지만 내가 미국의 대통령이고 부채를 관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위 나의 극단적 시나리오가 그리 나빠보이진 않는다. 그만큼 지금 미국의 스테이블 코인 행보는 내게 위협적으로 보인다.
난 트럼프을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내 눈에 미국의 이번 스테이블 코인 실험은 전세계 모든 국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앞서 짧게 미국의 스테이블 코인이 다른 국가들의 통화주권을 위협할 수단이 된다고 언급했다.
어떤 사람은 한국에서 원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고, 스테이블 코인을 굳이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통화주권이 위협된다는 주장은 과도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사람은 관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해외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들, 무역을 하는 사람들, 해외 직구를 하는 사람들, 해외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 등등 이들이 점차 사용하면서 관성이 붙게 되면 둑이 터지듯 순식간에 원화의 사용이 줄어들게 된다. 원화 사용이 줄어듬은 중앙은행의 경제정책의 무용 가능성을 뜻한다.
한번 어떤 방향으로 관성이 붙게 된다면 이를 쉽게 돌릴 수 없다.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면, 그리고 내가 방향을 움직이는 조타수/선수가 아니라면, 애초 그 방향으로 가선 안된다. 특히 그 문제라는 것이 주권을 위협하는 수준의 큰 문제라면 그렇다.
이 뿐만 아니다. 금융데이터 역시 미국에 종속될 수 있고, 시스템이 완비되지 못한 국가는 자본유출입을 통제할 수가 없다. 특히 수출을 주로 하는 국가가 외환의 유출입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재정수입/관리부터 망가지게 되고, 극단적으로 국가의 존재 자체도 위협 받을 수 있다.
난 하수는 변화를 부정하고, 중수는 변화에 적응하고, 고수는 변화를 이용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스테이블 코인 행보는 쉽지가 않다. 어떻게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해봤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번 미국의 무역협상과 스테이블 코인 법안(지니어스)을 보면서 미국이 중국과 동일한 수준의 깡패가 됐다고 판단한다. 확대 재투자 - 확대 재생산이라는 각국의 부의 확장 경로도 본인들이 가져가는가 동시에 각 국의 통화 주권까지 위협할 가상화폐 법안까지 모두가 다 오직 미국만 존재한다.
내가 답답한 것은 소위 미국의 우방이라는 나라들이 미국에게 그저 끌려다니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대안이 중국이라는 것이 불안한 이유일 것이다. 중국은 정치 시스템도 다를 뿐만 아니라 유럽의 소비국가가 되어줄 수 없다.
본인들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건 아니길 정말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난 내가 멍청해서 각 국의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길 바란다. 그래야만 한다.
미국은 본인들의 소비를 무기로 전세계를 흔들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기술 기업들은 전세계 국가들의 소비를 가져오며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난 바로 이것에 미국의 약점이 있다고 본다. 지금 미국 IT 기업들의 성장은 자국내 파이 뿐 아니라 전세계의 파이를 가져감에 있다. 만약 이 경로를 끊어 버린다면 미국 IT 기업들의 성장의 길은 끊어지고 동시에 미국이 흔들리게 된다. 이것을 무기로 전세계는 미국과 협상을 해야만 한다.
협상이 아니라면 전세계는 비달러 동맹을 만들어 달러 전체적인 대응을 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하나의 국가가 미국을 상대 할 수 없다. 미국과 상대하기 위해서 다른 국가들이 뭉쳐야만 한다.
난 계속해서 미국을 중국과 동급의 깡패라고 말한다.
내 판단이 틀렸으면 좋겠다.
만약 내 비관적인 생각이 맞다면 전세계는 정말 암울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지금 미국과 그 동맹국은 같이 걷고 있는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