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8일 금요일

바닥을 계속 기어가는 내수.

19일 노트 






윤석열의 비상계엄 후 내수의 움직임이 꽤나 궁금했다. 

가뜩이나 내수의 부진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내수의 바닥을 무너뜨리고 지하실을 열게 될지, 아니면 그냥 계속 바닥을 기어다닐지, 그도 아니면 단기 조정으로 끝날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yoy 기준으로 볼 때 계엄은 1달짜리 단기 조정으로 끝났다. 

우선 내수 소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1월은 제법 반등이 강하게 나오며 추세적 하락이 아님을 보여줬다. 올 해는 1월에 설이 있었으니 반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추세적 하락은 쉽지 않다. 임시근로자는 탄력성이 큰 고용지표다. 이 고용지표는 12월 큰 폭으로 줄었지만 다시 기존 추세로 돌아왔다. 결국 지금 우리나라 내수의 핵심은 여전히 가계부채와 금리다. 


가계부채와 금리가 내수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과거 노트에서 여러 번 언급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비단 부동산을 부러트릴 화살일 뿐만 아니라 원화강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원화강세는 해외의 자본을 한국으로 끌어올 좋은 당근이다. 미국이 기업의 혁신과 고금리 강달러 정책을 통해 전세계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오며 경제에 활기를 가져온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고금리 강달러 정책은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난 우리나라의 기업들 역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즉 원화의 가치가 천천히 올라간다면 외국 자본은 한국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의 기업들이 초고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외국 자본의 눈에 한국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수가 어려운 것은 높은 대출과 높은 금리에 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 

즉 당장의 내수를 고민한다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의 한국 경제와 더 큰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이 둘은 선택의 문제다. 내가 정책 당국자라면 당연히 금리인상이다. 하지만 실무자의 위치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금리인상도 인하도 제대로 못하는 이유를 이해한다. 하지만 이젠 선택을 해야 한다. (https://dalmitae.blogspot.com/2025/01/blog-post.html)

결국 한은은 내수를 살리기로 결정했고, 개인적으로 금리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든다.

금리인하로 내수가 빠르게 살아나기 어렵다고 본다. 긴 가뭄의 짧은 소나기는 될 수 있다. 이 가뭄의 문제는 가계부채과 금리다. 이번 오세훈의 똥볼이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예상하기 어렵다.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뛴 것은 사실이고, 추가 공급이 부족한 지금 자칫 수요를 크게 자극할 수 있다. 

현재 서울 중심 부동산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공급, 즉 매도자는 싼 값에 매도할 생각이 없다는 것. 애초 토지거래허가제 자체가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이 정책은 강남과 용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집값을 밀어올렸다. 애초 이 정책이 문제였지만 오세훈 역시 문제다. 강남과 용산이 서울 부동산의 핵심이고, 이 인식은 여전하다. 이들은 절대 다른 지역과 키 맞춤을 할 생각이 없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같은 생각이라면 토지거래허가제 폐지가 가져올 결과는 매우 뻔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오세훈은 놀란 토끼가 되어 토지거래허가제를 다시 시행하려 할 수 있다. 그 땐 문재인 시절 나타난 타 지역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토허제 폐지가 보여주는 것은 “부동산 하락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시그널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도 결국 문재인과 똑같은 수준일 뿐이다. 

난 우리의 한정적 자원이 부가가치가 낮은 부동산으로 쏠리는 지금의 현실에 꽤나 절망적이다. 앞으로의 성장을 고민한다면 우리의 자원은 실패하더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 

부동산은 부가가치가 매우 낮은 산업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우리나라의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게 하고, 우리는 계속 부가가치가 낮은 곳으로 돈을 흘려보내고 있다. 더 답답한 것은 부동산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 버린 상황이다. 부실 PF는 다소 위험하더라도 정리해야 한다. 그것을 살리면 부동산을 살리는 꼴이 된다. 

이런 생의 주기에 따른 소비와 투자 패턴을 볼 때 우리나라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도전을 해나갈 젊은 인구가 부족하다. 도전이란 결국 혁신과 성장을 의미한다. 이런데 이런 혁신과 성장이 줄어드니 장년층은 노년을 위한 성장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 돈은 남고 투자할 곳은 없다. 이 남은 돈은 결국 어디론가 가야하고, 결국 안전한 곳으로 피한다. 다시 말하면 성장은 귀해지고, 성장을 찾지 못한 돈은 안전자산으로 흘러가게 된다... (미국의 전체소득 소비 그리고 물가, https://dalmitae.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한국의 인구구조를 보면서, https://dalmitae.blogspot.com/2019/07/blog-post.html)

문재인과 윤석열을 거치며 거듭된 정책 실패와 대외 외교 실패는 앞으로 미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앞으로 3년 길게는 10년 혹은 그 뒤를 위한 치밀한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 더 늦어지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2025년 2월 27일 목요일

변하는 미국, 변하는 세계

25일 노트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란의 어려움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은 예상됐다. 두 국가는 미국에게, 특히 트럼프에게 큰 배신감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란은 과하지욕을 알고 지금은 버텨야만 한다. 자신들의 수족이 모두 잘려나간 지금 이들에게 선택지가 없다. 미래세대에게 지금의 치욕은 다른 큰 동기가 될 것이다. AI가 무기화 되는 지금 상황에서 뒤쳐진 국가들이 어떻게 앞선 국가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상상하긴 어렵지만 세상만사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이 이치라고 본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을 위해서 트럼프가 꺼내고 있는 조건들은 우크라이나에겐 너무나 가혹한 것들이고, 지금 누구도 1700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지원금이 5000억 달러로 불어났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의 직접 당사국 중 하나가 미국인걸 감안하면 결국 다시 한번 냉혹한 국제관계를 깨닫게 된다. 

트럼프의 미국은, 미국이 선택한 트럼프는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보이고,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보면서 한미군사협정보다 자강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꼭 우리나라도 핵보유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트럼프의 행보 중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것 몇 개가 있다.

하나는 정부효율화. 미국의 국가부채가 높은 것이 문제라고, 반면 민간은 부채비율이 낮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를 통해 경기부양을 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 정부지출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꽤나 저항이 크고 꽤나 부담이 될 일이지만 머스크를 앞세워 정부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트럼프의 이런 선택은 뜻밖이었고 동시에 걱정과 감탄이 나왔다. 

하지만 이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판단한다. 세상 어디에도 효율적인 정부는 없다.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인 정부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종국엔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이것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큰 개혁엔 큰 저항이 있다. 이 저항을 어떻게 이겨내는지가 관건이다.

트럼프의 행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적극적으로 친러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런 선택은 유럽의 분열을 가속화 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깊게 밀착된 국가들과 러시아에 반감이 큰 국가들 사이에서 균열이 생길 수 있고, 또 머스크의 극우정당 지지와 같은 행동들이 각국의 극우세력을 키워 내분도 발생할 수 있다. 또 극우의 득세는 언제나 마찰을 가져온다. 사실 머스크가 아니여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자신만을 생각하게 되고, 자신을 생각하는 집단은 다른 집단과 마찰을 갖기 쉽다. 지금 전세계에서 보여지는 극우의 득세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파이는 커지지 않고 정체된지 오래다. 

미국의 친러 행보가 중러간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하지만 푸틴은 모디와 다르지 않다. 푸틴 역시 실리를 중시하는 인물로 중러간 밀착은 쉽게 떨어지기 어렵다. 그렇다고 중러간 밀착이 끈끈한 것도 아니다. 중국은 러시아를 돈벌이 국가로 그리고 미국을 상대하는데 필요한 국가로 인식할 뿐이다. 절대 끈끈한 동맹은 아니다. 이번 전쟁을 통해서 푸틴 역시 중국의 필요성과 중국의 간사함을 더 확실히 인식했을 것이다.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도 그 정도로 끝날 수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미국의 이 한수는 가까운 내 편만 잃는 악수가 된다. 세계는 그렇게 조금더 단절된 모습을 띄게 된다. 

또 유럽과의 관계가 멀어진다면 유럽은 중국의 손을 잡을 수 있다. 이것은 중국에게 살 길을 열어주는 꼴이다. 결국 중국과의 패권전쟁 중인 미국에겐 절대 좋지 않은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 미국이 어떻게 유럽을 설득할 수 있을지 지금은 예상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트럼프의 행보 중 참 골때리는 것은 캐나다를 향한 노골적인 욕심이다. 멕시코를 향한 무력행사는 이해되는 측면이 있지만 캐나다에게 보이는 제국주의적 발상은 계속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된다. 미국이 캐나다를 자국으로 편입할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캐나다와의 경제적 협력과 외교를 통해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캐나다를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무언가 다른 것을 얻기 위한 일종의 협상 방법이라면 그 방법이 너무 거칠다. 장기적으로 미국에게(수정 3/10) 절대 좋지 않다. 만일 이것이 진심이라면 미국은 끝물에 들어섰다고 봐야한다. 이정도 판단도 못하는 수준이라면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기 어렵다.

어째든 러시아와의 밀착과 그린란드 그리고 캐나다를 향한 노골적 욕심 모두가 가르키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북극과 천연자원. 특히 우리는 앞으로 이 북극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생각보다 세상이 더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바이든의 미국은 동맹을 중심으로 세계질서 개편이라면 트럼프의 미국은 오로지 실리를 추구하는 제국주의로의 회귀에 가깝다. 바이든의 미국은 경제 블록화 혹은 동맹 블록화라면, 트럼프의 미국은 그의 정책과 행동을 볼 때 블록화가 아니라 각자도생의 모습이 보인다. 즉 세계화에서 블록화로 그리고 이젠 각자도생의 길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점점 그 파이가 줄어드는 형태다. 

파이가 줄어들면 세상은 더 팍팍해지고, 더 팍팍해지는 만큼 마찰과 반목도 심해진다. 시장경제체제의 한계로 보인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는 지금까지 파이의 확장을 통해 번영을 이뤄왔다. 하지만 이 파이가 더 이상 커지지 않으면 나의 성장을 위해 다른 이의 파이를 빼앗아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한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은 엄청난 도전을 맞이할 것으로 본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와 공산주의는 경제시스템이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는 정치 시스템이다. 의외로 국민들은 정치시스템에 큰 관심이 없다. 프랑스 혁명만 보아도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워지니 민중들이 거리로 나왔다. 먹고 사는 문제는 정치시스템의 관심을 넘어선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민주화 역사가 특별한 것이다.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다면 정치시스템이 유지되고, 먹고 사는데 문제가 크다면 정치시스템이 바뀐다. 몇 년마다 선거라는 이벤트가 있는 민주주의 시스템은 더 쉽게 바뀔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다소 어둡다. 세계화의 시대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국가들이 반세계화의 시대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확률이 높다. 지금부터 우리나라는 철저하게 실리적인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니면 아예 반대로 큰 가치를 내걸고 그 가치를 위해 싸워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엔 큰 대의명제 혹은 가치를 주장할 깜냥이 되는 인물이 없다. 실리를 취할 인간도 전혀 안보인다. 

무얼 해도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무얼 해도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모두가 문제다. 이런 수준이니 민주당의 광견 같은 정치와 이재명의 무한 방탄이 계속되고, 또 또라이 윤석열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인 비상계엄을 해버렸다. 그리고 국힘은 이런 윤석열을 정당화한다. 우리나라에 산적한 문제들은 이들에겐 뒷전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는 말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AI의 발전은 과거의 어떤 시대보다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하수는 변화를 부정하고 변화에 화를 내는 사람이고, 중수는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이고, 고수는 변화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특별한 사람은 변화를 만들어 낸다. 한국은 하수일까? 중수일까? 아니면 고수일까? 정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흐르지 않는 기업들의 자본.

 12/29/2024 노트


근래 한국 자본시장의 후진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후진성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감하고, 특히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 등 주주를 무시하는 행태를 전적으로 통감하고 기업들의 이런 무지성적 행위를 비판한다. 

그리고 난 이런 후진성에 더해 하나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위 지표는 pbr/per을 그린 지표다. 조금더 정확히 하면 (pbr*10/per)에 1000을 곱한 것으로 결국 600의 의미는 0.06과 같다. Pbr = 주가/자본이고 per = 주가/수익이다. 그리고 이 둘을 나누면 수익/자본, 즉 자본대비 수익을 구하는 ROE 지표가 그려진다. 

우리나라의 roe는 아이러니 하게도 08년 금융위기 직전 2년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이후 점차 내려오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단 한번도 우리 기업들의 roe는 06년 고점을 넘어선 적이 없다. 다시 말하면 기업의 생산성 혹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 이것을 기업들의 자본배치 실패에서 찾고 있다.


자본배치 실패는 단순하게 해석될 수 있다.

우선 수익 대비 자본을 과도하게 쌓고 있다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돈을 벌면 땅과 건물을 먼저 사는 것이 일상이다.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아무튼 기업의 과도한 자본축적은 한국 경제에 결단코 좋지 않다. 우선 이 축적된 자본이 지금처럼 부가가치가 낮은 부동산으로 흐르면 그 만큼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 과도한 자본축적은 돈의 흐름을 막는 것으로 경제의 선순환을 방해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이런 기업의 자본축적이 시사하는 바는 복잡하지만 원인은 단순하다. 기업이 돈을 쓰지 않거나 기업이 돈을 쓸 곳이 없다는 것. 우리는 기업이 돈을 쓰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단순히 돈을 쓰는 것을 넘어서 돈이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어야 한다. 즉 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흐르도록 하는 것인데, 결국 기업 스스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혹은 주주들에게 수익을 적절히 배분해 이들이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것이다.

우선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을 찾기가 어려워 확신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gdp 대비 적은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기업의 투자는 절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의 투자가 적지 않다면 과도한 자본축적의 원인은 잘못된 수익 분배에서 찾아야 한다.

즉 기업의 수익이 주주에게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배당수익률은 전세계에서도 매우 낮은 축에 속한다. 기업의 축적될 자본이 주주에게 돌아간다면 주주는 배당금을 기초로 소비 혹은 다른 투자를 이어가기 마련이다. 이는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한다. 특히 전세계의 블록화가 가속화되는 지금 내수의 중요성은 여러 번 언급해도 모자라지 않다. 수출기업은 몰라도 최소한 내수기업들은 본인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수익 배분을 적절하게 행해야 한다. 


ROE는 자본 대비 수익률이다. 결국 자본이 쌓이는 만큼 수익이 같이 증가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자본이 쌓이는 만큼 수익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위 차트를 보면 수익이 큰 폭으로 급하게 하락하는 기간이 아니라면 수익이 정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자본축적 속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위험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기업들이 배당을 높이지 않고 계속 자본축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런 자본축적은 앞선 언급대로 국가 전체적으로도 절대 좋지 않다.  

다소 과장됐을 수 있지만 분명한건 돈은 결국 물과 같아 흘러야만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고인 돈이 너무나도 많다. 부동산으로 흐른 돈 역시 고인돈과 같다. 괜히 不동산이 아니다. 기업들이 먼 미래에도 자신들이 존재하고 성장하길 원한다면 필요 이상의 자본 축적은 인구감소가 시작된 우리나라에서 지양해야만 한다. 정부도 이런 기업들의 과도한 자본축적을 적절한 수익 배분으로 전환시킬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강제로 해봐야 우리나라의 기업지배 구조를 볼 때 실패가 뻔하다.

오늘 29일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악운이란 악운은 모두 찾아오는듯 어려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건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때려죽여도 해는 뜬다는 사실이다. 
내년은 우리 모두가 더 좋은 한 해가 되길 기도해본다.


2025년 1월 30일 목요일

개인잡설 - 1

아마도 투자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딥시크가 이번 휴일의 가장 큰 화두였을 것이다.

처음 뉴스를 접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들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러시아.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석유/천연가스 판매를 통해 경제를 계속 돌리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과거 냉전 때와 달리 세계가 더욱 가까워졌고, 제재를 피할 방법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세계경제는 하나의 큰 그물망처럼 얽혀있고, 단순 몇 가닥의 그물망을 잘라내는 것으로 그물망 전체를 망가트릴 수 없게 됐다. 

중국과의 싸움은 특히 더 어렵다. 세계경제라는 매트릭스에서 시작은 중국이고 끝은 미국이었다. 시작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시작을 위해선 단단한 기반이 필요하고, 더 넓은 그물망이 필요하다. 중국은 그 단단한 기반과 더 넓은 그물망을 가졌다. 현대의 중국과 과거 일본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 중국은 제재로 무너트리기 어렵다. 다만 어렵게 할 뿐이다. 

중국이란 거대한 곰은 쓰러지나? 
https://dalmitae.blogspot.com/2023/08/blog-post.html

중국이라는 저 거대한 곰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제재로 쓰러트리기란 불가능하다. 



딥시크의 충격은 내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결과다. 

물론 중국이 말하는 주장을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 당연히 싱가폴을 통해서 h100이 다수 흘러갔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다 제쳐놓고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런 저런 제재를 다 받으면서도 그리고 분명 미국보다 비용은 적게 썼음에도 미국과 비슷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패널티를 갖고 싸우지만 미국과 견줄만 하다는 것.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디테일을 이해할 기술적 지식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은 어떤 혁신을 이룬 것이다. 

미국은 AI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중국은 비용이 그 정도로 엄청날 필요는 없다고 했다. AI가 과거엔 높은 산과 같았다면 이젠 높은 벽에 불과하다. AI는 앞으로 규모의 경쟁에서 효율의 경쟁으로 돌입하게 됐다. 알고리듬이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규모의 경쟁을 버리고 효율의 경쟁을 받아드릴 것이다. 강도 높은 경쟁이 발생하게 됐다. 미국으로 향하던 모든 기대가 앞으론 분산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강자 미국이 처음으로 겪는 엄청난 경쟁이 됐다. 


중국의 발전이 매우 놀랍다.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발상 만큼이나 중국의 발전이 놀랍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이번 알고리듬을 통한 효율성 증대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좋은 인사이트를 준다고 생각한다. 너무 무식한 발언인가? 하지만 중국의 주장을 다 믿진 않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찾아가야 할 길은 알고리듬 뿐이라는 판단이다. 미국의 AI 투자비용을 보면 오직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중국의 공산당 지원을 받는 기업들만 가능하다. 결국 중국의 주장이 맞던 틀리던 우리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 뿐이고, 결국 알고리듬에 답이 있다. 

특히나 다른 산업과 같이 중국의 AI 저가공세의 포문이 열린 만큼 우리는 계속 높은 효율을 쫓아야만 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가 아니다. 우리는 해야 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우리는 이 길을 가야만 한다.

그것이 앞으로 펼쳐질 적자생존의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길이다.


2025년 1월 16일 목요일

국내 내수의 어려움. 그리고 미국 고용의 고민

12일 노트




근래 국내 내수시장의 회복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 역시도 꽤나 오랜시간 내수부진을 말했다. 실제로 내수 시장은 꽤나 장기간 실질 기준으로 역성장하고 있다. 

22년 23년, 수출의 성장을 보면서 이 온기가 내수시장에도 이어질 수 있길 바랬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에도 내수가 부진하다. 이것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쉽게 해결하기가 어렵다.
 
위 차트는 전체소득 그리고 전체소득 대비 대출이자 비율을 그린 차트다. 

전체소득을 보면 우리나라 내수의 문제는 소득 혹은 고용에 있는게 아니라는걸 확인할 수 있다. 22년 이후 우리나라의 임금과 고용은 yoy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었다. 고용은 근래 yoy 기준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2년 고용의 확장은 분명 있었다. 

문제는 고용과 임금이 아니라 과도한 가계대출과 그에 따른 대출이자비용에 있다. 문재인과 똑같이 윤석열도 부동산 정책에 완전하게 실패한 것이다.

문제는 문재인 시절 대부분의 기간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던 시기라 금리가 매우 낮았다. 금리가 낮으니 대출이 증가해도 가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또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지원금 살포와 같은 대응으로 내수를 방어했다. 그럼에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대출이 크게 증가했고, 대출 증가로 인해 전체소득 대비 이자 비율이 크게 꺾이며 내수도 동반 하락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윤석열은 인플레이션의 시간에 대통령이 됐다. 

문재인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공급이 부족한 와중 각종 비용이 크게 증가하며 국내 부동산 공급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대통령이 됐다. 부동산 공급이 어렵다면 수요를 부러트려야 하는데 윤석열은 수요를 증가시키는 멍청한 정책을 실행했다. 전 국민에게 부동산 불패라는 인식만 심어준 꼴이 됐다. 

부동산을 떠받치겠다는 정부의 강한 싸인을 확인한 가계는 혹시 문재인 시절처럼 부동산이 크게 튀어오를 수 있다는 불안함에 하락한 부동산을 다시 주어담기 시작했고, 가계 대출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금리였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 상황에서 무리하게 가계대출이 크게 일어나니 소득과 고용이 회복되어도 가계가 쓸 돈이 줄어들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지 않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전 가계대출의 이자도 오르게 된다. 즉 문재인 시절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킨 가계들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일 수 있다. 결국 내수의 부진이다.

실제로 지금의 내수 부진은 전체소득 대비 이자비용 비율이 분명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 비율은 20(수정 1/20)년말 정점을 찍고 하락했고, 22년 이후 지금까지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다. 내수 역시 19년 말을 기점으로 시작된 yoy 하락추세가 22년 말 멈추고 이 후 지금까지 바닥을 기어가고 있다. 


난 금리 인상을 외치면서도 내수를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다녔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심정이다.

분명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을 부러트릴 필요가 있다. 특히 인구감소가 확실한 우리나라는 앞으로 성장으로 흘러갈 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게 된다. 우리는 부동산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을 깨트려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율을 낮추고 이 돈으로 성장산업에 투자해야만 한다.
 
금리 인상은 비단 부동산을 부러트릴 화살일 뿐만 아니라 원화강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원화강세는 해외의 자본을 한국으로 끌어올 좋은 당근이다. 미국이 기업의 혁신과 고금리 강달러 정책을 통해 전세계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오며 경제에 활기를 가져온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고금리 강달러 정책은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난 우리나라의 기업들 역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즉 원화의 가치가 천천히 올라간다면 외국 자본은 한국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의 기업들이 초고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외국 자본의 눈에 한국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수가 어려운 것은 높은 대출과 높은 금리에 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 

즉 당장의 내수를 고민한다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의 한국 경제와 더 큰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이 둘은 선택의 문제다. 내가 정책 당국자라면 당연히 금리인상이다. 하지만 실무자의 위치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금리인상도 인하도 제대로 못하는 이유를 이해한다. 하지만 이젠 선택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고용은 계속해서 고민이다. 

실업률을 보면 미국의 고용은 분명 단단하다. 하지만 작년 8월의 대규모 고용 조정을 고민하면 지금의 고용을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실업률은 payroll보다 후행한다. 또 실업률은 천천히 오르는게 아니라 급격하게 오른다. 따라서 payroll이 과장되었다고 판단한다면 2월 고용이 조정됨에 따라 전체소득의 yoy추세가 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체소득의 확장 둔화는 소비의 확장 둔화를 이끌며 경제의 둔화 혹은 침체를 만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만 고민이 있다. 올 중반부터 미국의 소비와 전체소득 지표가 괴리를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소비가 거품이라는 판단을 했다. 소비가 거품이라면 미국 경제는 과열의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미국 경제가 과열이 아닐 수 있다는 가정을 한 후 전체소득 지표를 수정해봤다. 이 수정된 전체소득 지표는 소비를 적당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지표를 믿는다면 미국의 경제는 과열도 아니고, 소비가 강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 지표는 추후 조정될 고용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고용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전체소득 확장 추세가 다르게 그려진다. 어떤게 맞는지 지금은 절대 알 수 없다. 앞으로 조금 더 고민해야 할 문제다. 


새 해 첫 달이 시작했다. 

올 해는 새로운 미국이 나타날 것이고, 러우전쟁과 중동의 문제도 새로운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동안 어지러운 모습을 보인 후 새롭게 정리될 것으로 본다.

많은 것들이 끝나고 새롭게 시작되는 일년에서 우리의 선택은 더욱 중요하다.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