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첫 대통령 당선 때 전세계가 확장에서 수축의 세상으로 돌아섰다고 보았다. 그 때가 16년이니 약 9년이 지난 지금와서 보면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니였다.
어제 오늘의 그냥 생각... https://dalmitae.blogspot.com/2016/11/blog-post_18.html
수축의 세상에선 경제파이도 같이 수축하게 하는데, 경제파이의 수축은 결국 나의 성장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파이를 가져와야 하는, 즉 약탈경제가 필연이 된다. 특히 성장을 추종하는 시장경제체제 국가라면 더더욱 약탈 경제는 피할 수 없는 길이 된다.
약탈, 즉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는 것은 분쟁의 가장 확실한 씨앗이다. 약탈경제 세상에선 세계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싸움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고, 한 국가 안에서도 지키는 자와 빼앗는 자 사이의 격렬한 대립과 반목이 따른다.
당시 내가 가장 크게 놓친 부분이 있다면 이런 시절엔 가장 힘쎈 놈이 모든걸 가져간다는 당연한 진리였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전세계 성장은 둔화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성장은 돋보였다.
과거엔 미국이 소비를 하면 전세계 경제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소비는 계속 단단했지만 전세계 경제는 계속 어렵다. 그리고 전세계 경제는 미국의 소비에 더 목을 메고 있는 상황이다. 내 눈엔 ‘미국 소비 = 세계경제 순항’ 이라는 선순환 공식이 깨진 것 같다. 즉 미국의 소비와 세계경제 순항의 상관관계가 많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난 이것이 미국 경제의 영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미국 경제의 영향력이 너무 강해졌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다. 문제는 이 영향력이 소비에서 강해진 것이 아니라 공급측면에서 강해졌기 때문으로 본다. 그리고 이 공급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 산업으로 본다.
솔직히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냥 거칠게 생각한 뇌피셜이다. 하지만 딱히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플랫폼 산업은 쉽게 어떤 ‘판’을 만들어서 그 판에서 모두가 놀도록 하는 것이다. 플랫폼, 즉 ‘판’을 만들기는 어렵다. 사람들을 불러모으려면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불러와야 하는데, 이 때 ‘판’ 설계자는 을의 위치에 있다. 하지만 한번 ‘판’이 구축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모든 것엔 관성이 있어 한번 구축된 ‘판’은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관성 때문에 잘 구축된 ‘판’은 더 공고해진다. 이 때부턴 ‘판’의 설계자가 갑의 위치에서 판을 가지고 놀게 되고, 이 때 설계자의 몫은 증가하기 시작한다. 구글과 애플의 성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넷플리스도 똑같다. 엔터테인먼트라는 판을 깔아놓고 그 위에서 각 국의 선수들이 뛰고 있다. 넷플릭스가 깔아놓은 판에서 한국이 꽤나 선전하고 있지만 결국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돈은 넷플리스가 버는 꼴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투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플랫폼을 점유한 기업은 처음엔 을이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이들이 갑의 위치에 서게 되고, 높은 부가가치는 갑이 모두 점유하게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전세계적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앱스토에서 혹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또 혹은 넷플릭스에서 소비한 돈이 미국 기업에게 흘러가는 것이다.
스마트폰 이전의 시절 구글과 애플 같은 전세계적 플랫폼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도 존재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중국을 제외한 다른 어떤 나라도 전세계적 플랫폼을 구축한 국가가 없다.
다시 말하면 미국 기업들이 전세계 시장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가는가 동시에, 전세계 국가들의 소비도 빨아드리고 있는 것이다. 각 국의 서비스 기업들은 미국보다 낮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밖에 없고, 각 국의 소비는 미국 기업들이 그들의 소비를 빨아가는 만큼 어렵게 된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소비가 단단함에도 세계 경제가 순항하지 못하는 이유다. 즉 미국이 세계의 파이를 조금씩 가져가고 있다. 전세계의 부와 소비가 미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기업의 영향력이 너무 강해졌다.
하지만 모든 플랫폼을 통한 세계 파이 점유도 한계가 있다. 특히 그들이 가장 유망하게 생각한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며 본인들의 파이를 공고히 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중국의 기술 또한 빠르게 발전하면서 미국의 독점적 혁신 선두 국가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은 결국 필연적이었다.
아이러니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이 시작된 후 중국의 혁신은 더 가속화되고 있다. 솔직히 미국의 공격이 너무 안일했다. 패권싸움이 시작되고 중국 경제 상황이 크게 안좋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중국의 혁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딥시크가 보여준 혁신은 단연코 눈에 띄였다.
나는 중국이 전세계적 플랫폼을 갖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중국의 불편한 진실, 즉 개인정보에 대한 무분별한 침해, 그것을 이용할 정부, 그리고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조직 혹은 언론의 부재로 전세계적 플랫폼을 갖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틱톡은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보여줬다.
사족이지만 내가(수정) 중국이라면 미국에게 틱톡을 절대로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전세계적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 플랫폼의 핵심이 될 AI는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게 더 유리하다. 미국은 엔비디아를 절대로 버릴 수 없다. 다만 AI가 가져올 장기적 효과는 솔직히 모르겠다. 내 식견이 짧아 AI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존 직업군을 대체만 할 뿐 새로운 인력을 늘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I는 결국 수축의 가속화이고, 수축이 가속화되면 더 많은 분쟁이 생기고 약탈경제는 더 심화된다. 결국 winner takes all은 더욱 심화된다.
이것을 바탕으로 미국의 스테이블 코인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나라면 절대로 이것을 좌시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통화주권을 잃는 상황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전세계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다. 내 상상력과 식견이 부족하니 예측이 어렵고, 대응도 어렵다.
앞으론 내 장기투자는 절대로 버릴 수 없는 것들로만 채워질 것이다. 장기포트폴리오의 변화가 필요하다. 단기투자의 중요성은 더 부각될 수 있다. 이것은 미국경제의 침체와 관계없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현재 진행중인 단기투자에 대한 연구는 계속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