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노트
가뜩이나 내수의 부진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내수의 바닥을 무너뜨리고 지하실을 열게 될지, 아니면 그냥 계속 바닥을 기어다닐지, 그도 아니면 단기 조정으로 끝날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yoy 기준으로 볼 때 계엄은 1달짜리 단기 조정으로 끝났다.
우선 내수 소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1월은 제법 반등이 강하게 나오며 추세적 하락이 아님을 보여줬다. 올 해는 1월에 설이 있었으니 반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추세적 하락은 쉽지 않다. 임시근로자는 탄력성이 큰 고용지표다. 이 고용지표는 12월 큰 폭으로 줄었지만 다시 기존 추세로 돌아왔다. 결국 지금 우리나라 내수의 핵심은 여전히 가계부채와 금리다.
가계부채와 금리가 내수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과거 노트에서 여러 번 언급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비단 부동산을 부러트릴 화살일 뿐만 아니라 원화강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원화강세는 해외의 자본을 한국으로 끌어올 좋은 당근이다. 미국이 기업의 혁신과 고금리 강달러 정책을 통해 전세계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오며 경제에 활기를 가져온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고금리 강달러 정책은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난 우리나라의 기업들 역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즉 원화의 가치가 천천히 올라간다면 외국 자본은 한국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의 기업들이 초고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외국 자본의 눈에 한국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수가 어려운 것은 높은 대출과 높은 금리에 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
즉 당장의 내수를 고민한다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의 한국 경제와 더 큰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이 둘은 선택의 문제다. 내가 정책 당국자라면 당연히 금리인상이다. 하지만 실무자의 위치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금리인상도 인하도 제대로 못하는 이유를 이해한다. 하지만 이젠 선택을 해야 한다. (https://dalmitae.blogspot.com/2025/01/blog-post.html)
결국 한은은 내수를 살리기로 결정했고, 개인적으로 금리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든다.
금리인하로 내수가 빠르게 살아나기 어렵다고 본다. 긴 가뭄의 짧은 소나기는 될 수 있다. 이 가뭄의 문제는 가계부채과 금리다. 이번 오세훈의 똥볼이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예상하기 어렵다.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뛴 것은 사실이고, 추가 공급이 부족한 지금 자칫 수요를 크게 자극할 수 있다.
현재 서울 중심 부동산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공급, 즉 매도자는 싼 값에 매도할 생각이 없다는 것. 애초 토지거래허가제 자체가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이 정책은 강남과 용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집값을 밀어올렸다. 애초 이 정책이 문제였지만 오세훈 역시 문제다. 강남과 용산이 서울 부동산의 핵심이고, 이 인식은 여전하다. 이들은 절대 다른 지역과 키 맞춤을 할 생각이 없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같은 생각이라면 토지거래허가제 폐지가 가져올 결과는 매우 뻔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오세훈은 놀란 토끼가 되어 토지거래허가제를 다시 시행하려 할 수 있다. 그 땐 문재인 시절 나타난 타 지역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토허제 폐지가 보여주는 것은 “부동산 하락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시그널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도 결국 문재인과 똑같은 수준일 뿐이다.
난 우리의 한정적 자원이 부가가치가 낮은 부동산으로 쏠리는 지금의 현실에 꽤나 절망적이다. 앞으로의 성장을 고민한다면 우리의 자원은 실패하더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
부동산은 부가가치가 매우 낮은 산업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우리나라의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게 하고, 우리는 계속 부가가치가 낮은 곳으로 돈을 흘려보내고 있다. 더 답답한 것은 부동산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 버린 상황이다. 부실 PF는 다소 위험하더라도 정리해야 한다. 그것을 살리면 부동산을 살리는 꼴이 된다.
이런 생의 주기에 따른 소비와 투자 패턴을 볼 때 우리나라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도전을 해나갈 젊은 인구가 부족하다. 도전이란 결국 혁신과 성장을 의미한다. 이런데 이런 혁신과 성장이 줄어드니 장년층은 노년을 위한 성장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 돈은 남고 투자할 곳은 없다. 이 남은 돈은 결국 어디론가 가야하고, 결국 안전한 곳으로 피한다. 다시 말하면 성장은 귀해지고, 성장을 찾지 못한 돈은 안전자산으로 흘러가게 된다... (미국의 전체소득 소비 그리고 물가, https://dalmitae.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한국의 인구구조를 보면서, https://dalmitae.blogspot.com/2019/07/blog-post.html)
문재인과 윤석열을 거치며 거듭된 정책 실패와 대외 외교 실패는 앞으로 미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앞으로 3년 길게는 10년 혹은 그 뒤를 위한 치밀한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 더 늦어지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