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일 일요일

개인잡설 - 5

A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회사의 총 자금을 끌어모아 B라는 회사에 투자를 했고, B라는 회사는 A의 투자를 받아 회사를 확장시켜 크게 키워냈다.

A라는 회사는 B에 넣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회사 B가 지급한 배당금은 90% 다시 회사 B에 재투자 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A는 회사 B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B가 커지면 커질 수록 부유해진다. 문제는 회사 A의 직원들이다. 회사 A의 직원들은 회사 B가 커지는 만큼 임금이 오르고 사내 복지가 오를 수 있을까? 회사 A의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가 오르는건 회사 B가 커질 때가 아니라 회사 A가 매출이 오르고 수익이 오를 때다. 회사 A의 주주들만 회사 B가 커질 때 부의 증진효과를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을 표현할 때 종종 "나라는 부유하지만 국민은 부유하지 않은 국가"라고 말한다. 

일본의 임금은 오랜시간 정체되었고  국가의 성장은 오랜시간 정체되었다.

난 일본의 이 상황이 수출로 벌어드린 돈을 해외로 유출하며 자국내 확대 재투자 - 확대 재생산이라는 싸이클이 망가진 것 때문이라고 본다. 임금이 정체되면 내수가 살아나기 어렵다. 수요가 없으니 물가는 상승하기 어렵다. 디프레이션이다. 일본은 정말 오랜시간 디플레이션과 싸웠는데 근래의 이래적 인플레이션을 제외하면 모두 실패로 끝났다. 자국민의 소득이 증가해야 소비도 더 하고, 그 소비가 물가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는데 자국내 확대 재투자가 버는 돈에 비해 부족하니 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일본 국민 생활과 달리 기업은 번 돈을 해외에 축적하고 있으니 버는 만큼 부유해진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반면 한국은 수출로 번 돈을 국내에 많이 재투자 해왔고, 이 재투자는 성공적으로 이어지며 더 큰 생산을 만들어왔다. 즉 확대 재투자 - 확대 재생산이라는 선순환 사이클이 발생한 것이다. 확대 재투자가 모두 성공하진 않지만 부를 증진시키기 위해선 그런 위험을 갖고 도전해야만 한다. 특히 과거 좋은 인재들이 이공계로 많이 진학한 이유로 기업들의 국내 확대 재투자가 성공적인 기술발전으로 이어졌고 이 기술발전이 우리의 산업을 더 고도화 시켜왔다. 

기업의 확대 재투자는 단순히 기술 투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내에 돈이 풀리고, 이 돈은 또 다시 성장을 향해 나아간다. 이 돈은 도시가 성장하고, 문화가 성장하고, 임금이 성장하는데 뿌리가 된다. 

이것이 일본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이번 미국과의 협상을 두고 보수는 일본 유럽보다 못했다, 과거 이병박 FTA보다 못했다고 말하지만 이들이 진짜 지적해야 하는 것은 바로 정부 스스로도 인정한 "번 돈의 90%가 미국에 재투자"된다는 말이다. 내가 절망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 이재명 정부는 수익의 90%가 미국에 재투자 된다고 심드렁하게 말할 만큼 부가 어떻게 증진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이들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보수 역시 이것에 대해 분명한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즉 보수 진보 모두가 다 경제와 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부의 증진 사다리를 꺾어버린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협상한 많은 국가들, 특히 미국에 재투자 혹은 미국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것에 동의한 국가들은 미래 성장을 미국에게 덥썩 던져준 꼴이 됐다. 이시바 이 멍청이가 조급하게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이것이 어떤 가이드라인이 되어버렸고, 이에 유럽도 그리고 한국도 멍청한 선택을 해버렸다. 

어떤 진보 지지자 친구는 내게 그럼 관세 20%를 맞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냐고 강하게 따져물었지만 내 답은 관세 15%나 관세 20%나 매 한가지이고, 우리는 반도체와 미국의 항공모함 등 해군 선박에 반드시 필요한 카드를 갖고 있었던 만큼 훨씬 나은 협상을 했어야 했다. 또 까놓고 말해서 우리나라의 선박 기술이 필요하다면 20% 관세를 맞더라도 미국은 사갈 것이다. 미국에게 다른 대안이 있나? 또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을 충분히 높혀 물건을 팔 방도를 생각해보는 것이 수익의 90%가 미국에 재투자 되는 상황보다 훨씬 낫다. 우리가 번 돈은 우리에게 투자되어 우리의 가치를 올려야만 한다.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은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100% 얻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기업들이 미국내 확대 재투자를 하고, 확대 재투자를 통해 확대 재생산을 하길 바라는 것이다. 부라는 것은 그렇게 증진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돈이 미국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 기업이든 상관없이 그들이 벌어드린 부를 미국에 머물도록 하여 미국이 다시 그 부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미국 국민들의 부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중국 역시 해외 기업들이 중국에서 번 돈을 밖으로 쉽게 나가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는 중국의 성장에 매우 큰 도움이 됐다.


이번 협상으로 투자자들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출산율 급감에 따른 인구감소, 인재들의 의대 선호에 따른 이공계 인재 부족, 부동산 정책 대실패에 따른 가계자산의 양극화 등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우리 앞에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이번 미국과의 협정으로 부의 증진 사다리가 부러져버렸다. 국가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다. 

장기포트폴리오를 꾸리는 투자자들은 더 큰 고민을 해야만 한다. 문제는 우리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중화학 공업육성, 김대중 전대통령의 it육성이라는 정부의 전략적 행동에 따라 국내로 확대 재투자, 확대 재생산을 가져왔다. 단 한번도 애써 번 돈의 90%를 해외로 돌리는 시절을 겪은 적이 없다. 이 때 무엇이 유망하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우리는 경험이 없어 알지 못한다. 

기업은 내수가 성장하지 못하면 해외로 나가야만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많은 국내 기업들이 내수 확장의 한계를 벌써 느끼고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한국이 전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으니 해외진출이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이는 한때의 유행에 불과할 수 있고, 각 국의 문화에 자리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업가의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또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더더욱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말 수익의 90%가 미국에 재투자 된다면, 앞선 언급처럼 국내 확대 재투자는 어렵고, 재투자가 없으니 임금은 크게 오르기 어렵다. 임금이 정체되니 투자를 해야 한다. 

트럼프가 진영싸움을 끝내고 각국도생의 시대를 열었고, 우리는 그 미국의 첫발에 철저하게 당했다. 정말 완전히 당해버렸다. 지금 미국은 중국과 똑같은 수준의 깡패이고, 우리는 정말 똑똑하고 대범해져야 한다. 또 과감하게 버릴건 버리고 지킬건 지키면서 기술을 키우고 힘을 키워야만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똑똑한 척하는 멍청이가 아니라 멍청한 척하는 똑똑한 사람이다. 

이젠 생존을 위해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