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의 기본 아이디어는 똑같다.
쌀 때사서 비쌀 때 판다.
14년 부모님께 서울 부동산 투자를 처음 추천드릴 때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꽤나 오랜시간 부동산은 부진했고, 미분양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던 시점이었고,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하던 시점이다. 헌데 부동산도 애매한 위치를 사는건 위험했다. 그것은 인구감소.
이후 15년에 다시 부모님께 부동산을 추천드린 장소는 서울 마포, 삼성, 용산 이렇게 3곳 이었다.
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본다. 사회적 동물이란 다른 이들과 교감하고 교류하려는 성질을 갖는다. 이는 해리 할로의 애착실험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는데, 우리는 혼자 단순히 잘먹고, 잘쓰고, 잘사는 것으로는 만족을 할 수가 없다. 결국 우리는 인간관계를 찾기 마련이고, 이들 관계는 인간의 기본 본성이 어떤 계기로 크게 바뀌기 전까지 유지될 것이다. 코로나는 아닐 것으로 본다. 스페인 독감에도 그 이전엔 흑사병에도 인류는 계속 인간관계를 공고히 하려 했다.
부동산은 결국 공간이다. 난 20년 전 램쿨하스의 smlxl라는 책을 읽은적이 있다. 난 전공이 경제학이라 그의 책을 다 이해하진 못했고 또 필요한 부분만 읽어 그의 의도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겠지만 나름 도시와 건축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조금 해보게 되었는데, 당시 나의 공간, 특히나 도시 공간에 대한 결론은 고밀화 가능성이었다.
결국 지방의 인구는 점차 줄고, 돈과 사람이 모이는 도시로 사람을 불러모으며 도시가 고밀화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에 집중된 모든 산업적,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 기반은 다른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렇게 서울에 집중된 국가 역량과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본성이 결합되면 결론은 서울이라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부동산도 주식도 사람이 거래하는 자산의 일부다. 결국 이들은 비이성적 시장의 모습을 갖게 되는데 거품과 폭락은 그 일부다.
거품의 징조는 미래수요자가 현재로 넘어올 때가 된다. 특히 부동산과 같은 경우 이에 해당하는데, 이는 부동산과 같이 큰 자산은 1. 소득축적의 시간이 필요하고, 2. 거래가 빈번히 발생하지 않고 3. 공급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징 때문에 미래수요자가 현재로 넘어오게 되면 거품이 발생하기 쉽고, 한번 거품이 발생하면 장기간에 걸쳐 가격은 다시 정상수준으로 내려가게 된다.
소득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결국 거래가 빈번하지 않다는 것과 연결되는데, 결국 부동산을 한번 구매한 소비자는 2,3의 부동산을 소비하는 것보다 본인 소유의 부동산에 현금을 더해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직장과 교육등의 문제로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부동산 소비는 빈번하지 않은데 반해 미래수요자가 현재로 넘어오게 되면 미래수요의 공백이 생긴다. 이는 소득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특징과 맞물려 수요가 다시 생기기까지 보통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된다. 또 공급부족이 바로 해결될 수 없다는 특성으로 인해 미래수요자가 현재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부동산 가격은 급하게 오르게 된다.
지금은 미래수요자가 현재로 많이 넘어왔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젊은 세대층이 미래수요를 앞당겨 소비한 결과인데, 안타깝지만 막차를 탄 많은 젊은 세대는 부동산 가격의 재미를 보기는 어렵다. 또 미래수요 공백으로 인해 언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그 후 장기간 부동산 가격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이 때 가격을 그나마 방어하는 곳은 수요가 있을 인기지역일 뿐이다.
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특히 이전 9억 이상 대출규제라는 정책은 정말이지 내가 본 많은 부동산 정책중에 가장 멍청하고 가장 어이없는 정책이었다. 미래수요가 현재로 넘어오게 하는 좋은 도화선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돈이 오랜기간 저축되며 흐를 곳을 찾고 있었고, 이들 돈이 주식시장의 부진과 문제인 정부 정책이 사업여건을 어렵게 하며 흐를 곳을 없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 와중에 오랜기간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는 부동산은 이들 돈에게 가장 좋은 투자처였고, 이들은 돈의 본성대로 부동산으로 흘렀다.
이렇게 돈이 흐르는 와중 9억 이상 대출규제라는 정책은 정말이지 쓰레기 정책 중 가장 쓰레기 정책이었는데, 당연히 이들 돈은 9억 이하의 저렴한 부동산으로 흐르게 되버린다.
9억 이하 부동산은 젊은 세대가 보통 첫 주택으로 마련하기 좋은 수준의 주택인데, 이들로 돈이 쏠리니 서울 부동산 중위가격은 크게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이 오르면 어떻게 되나? 당연히 20~30대 서울에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청년층에겐 커다란 충격이 될 수 밖에 없다. 소득은 크게 오르지 않는데 자신들이 노리고 있던 적당 수준의 서울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오르니 청년들 중 그나마 매수 여력이 조금 있는 이들은 이 매수에 참여할 수 밖에 없어진다. 결국 미래수요가 현재로 넘어오면서 부동산은 크게 요동친다.
정책의 실패는 고스란히 국민이 껴안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무엇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이들은 심지어 처벌도 교묘한 말로 피하려고 한다. 아주 나쁘고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자리하고 앉아 세상을 힘들게 한다. 그리곤 남탓, 모르쇠, 내로남불에 이젠 비웃기까지 한다. 보통 미친게 아니다. 정말이지 속된말로 얼굴에 침뱉고 싶었다. 이들은 모조리 옷 벗기고 이 사태에 책임을 지게 해야한다.
아무튼 지난 9억이상 대출규제 이후 30대의 영끌이라는 뉴스를 접하며 주변 분들에게 서울 부동산 투자는 추천하고 있지 않다. 현명한 투자자는 거품에 올라타지 않는다. 누구도 거품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꺼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더하면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로나와 기후변화 그리고 인구감소로 인해 부동산의 지형이 바뀔수 있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난 도시는 오히려 더 과밀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간의 본성인 인적교류에 대한 열망은 단기간 내 사라질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인적교류과 지금과 같은 열린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을 수 있다. 이것이 앞으로 도시와 건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축, 도시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부동산은 권력의 움직임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이는 특히 지방 도시에서 더 잘보인다. 지방의 부동산 가격은 지방 유지들이 어느 곳으로 움직이는지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연결이 공고히 유지되는 곳은 결국 권력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시작해 뻗어 나간다.
마지막으로 건축, 도시는 인간이 생산하는 것 중 가장 크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시대의 상황과 철학 그리고 기술이 녹아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장기간에 걸친 프로젝트 이기에 그 변화도 천천히 장기간 이뤄진다. 따라서 긴 물줄기와 호흡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금 찾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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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노트, 정리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