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와서 친구들과 지인들을 조금 만나고 있다.
난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요즘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 다만 내가 이해하는 것을 말할 뿐인데 시장은 종종 내 이해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기에 내가 옳다고 할 수도 없다. 심지어 난 차이나그레이트 투자 실패 이후 수익이 그렇게 좋지도 않다.
근래 가장 큰 화두엔 성장주와 가치주의 논쟁이 있다.
일반적으로 난 성장주의 투자 비중은 매우 작고, 정량가치주의 투자비중을 높게 가져가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성장주가 가진 성장의 가치가 의심이 될 때면 주가가 크게 부러진다. 즉 빠른 시간내 수익도 클 수 있지만 동시에 손실도 매우 클 수 있고, 난 이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가치주는 산업, 경제의 사이클이 독립적 때론 상호적으로 움직이며 주가를 올리고 내리게 하지만 모두가 어두운 전망을 내놓을 때 주식을 산다면 그리고 회사 본연의 역량이 망가진 것이 아니라면 주가는 그리 크게 부러지지 않는다.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이 문제인 이유는 산업과 경제가 언제 돌아설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난 성장주와 가치주를 늘 사막의 웅덩이로 비유한다. 사막에 가뭄이 들어 물 웅덩이가 하나 있다면 모든 동물은 그 한 웅덩이로 모인다. 문제는 이곳에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모두 모이기에 초식 동물들은 육식동물의 먹이가 되기 쉽다. 목은 축이겠지만 육식동물의 공격에 물마시는 내내 긴장을 바짝해야 한다. 성장은 바로 웅덩이고, 가뭄은 바로 경기침체다. 그리고 동물은 투자자 그리고 돈이다.
하지만 가뭄의 계절이 지나고 비가 넉넉하게 내려 사막이 초원이 되고 물 웅덩이가 여러곳에 있다면 이들 동물들은 각자 편한 곳으로 그리고 각자 안전하다 느끼는 웅덩이로 향한다. 비가 넉넉히 내리는 것이 경기가 회복하고 성장하는 것, 초원이 만들어지는 것은 호황이 된다. 이렇게 경기가 살아나 여러 산업에 웅덩이가 생기면 그곳으로 동물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이것이 경기가 어려울 때 성장주가 달리고, 경기가 회복하며 성장을 보일 때 가치주가 달리는 원리다.
문제는 경제가 언제 어떻게 침체하고, 언제 어떻게 회복과 성장을 보이는지 알 길이 없다. 유명한 경제학자들도 이 사이클을 예측하지 못한다. 그러니 가치투자자는 물이 마른 가뭄에도 하나 남은 물 웅덩이로 가지 않고, 과거에 물 웅덩이가 생겼던 곳에 미리 자리를 하고 비가 내리길 기다린다. 비가 내리기까지의 기다림은 매우 고되다. 비가 소나기가 내리는지, 충분한 장마비가 내리는지, 또 단비 후 장마비가 내리는지, 비가 언제 어떨게 내릴지는 운에 따라 다르다. 또 자신의 그릇에 따라 마실 물의 양도 달라진다.
그럼 난 왜 경제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또 예측하나?
이것은 순전히 투자자의 할 일이다. 투자자는 기업을 분석하고 산업을 분석하고 경제를 분석해야 한다. 그래서 정말 내가 공부하는 산업이 그리고 경제가 불황인지 호황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바닥에 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을 줄여가는 것이다. 투자에서 시간은 매우 매우 중요한 주요 요소다. 기업의 공부는 그냥 당연하다.
그래도 경제를 공부하면서 언제 어떻게 하락한다는 사실은 알 수 없어도, 지금 경제의 사이클이 어디에 와있는지, 산업의 사이클이 어디에 와있는지 대략적인 이해를 할 수는 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가치투자는 정태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지만 산업과 경제를 이해하는 것은 동태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정치, 경제, 기술, 문화, 외교 등 많은 것들을 동태적으로 추적하며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이런 다른 사고체계로 가치투자자들은 경제의 이해를 버려버린다. 그리고 시간에 많은걸 기댄다.
하지만 난 이 시간을 최대한 줄여보고 싶고, 이것을 나는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성공할 것 같냐고? 아니. 버핏옹은 경제나 정치는 무시하라 분명하게 말했다. (삭제. 10/10)
다만 난 꽤나 오래전부터 관련한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해왔고, 이를 이해하는 작업이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즉 개인적인 욕심과 연구일 뿐이다. 결국 투자의 수익은 정량적 사고와 해석을 통해 만들고 있다. 지금도 시간을 낚고 있다. 다만 가끔 적은 비중으로 동태적 사고와 해석을 적용해서 시험을 해볼 뿐이다. 근래는 성장주가 좋은 시기라 이들 수익이 좋지만 비중이 작아 큰 의미는 없다.
난 투자로 큰 돈을 벌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마인드가 40~50% 수익에도 매도를 하지 않게 했다. 오직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하고 싶어 장기간 보유했고 몇 경우는 수익이 제법 컸다. 또 다른 많은 슈퍼개미 분들처럼 몇 백억씩 돈을 모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실제로 수익을 재투자로 연결하지 않고 소비로 많이 연결했다. 난 오히려 반대로 돈을 쓰려고 투자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내 인생의 행복은 적당한 돈에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데 있었다. 그것이 내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다. 행복에 대한 생각이 바뀐것이 아니라 돈에 대한 내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과거 고 마왕 신해철씨가 자신은 굶어도 좋은데 가족을 보니 이렇게 돈을 무시하며 살면 안되겠다고 그래서 돈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었다. 당시엔 그냥 아무런 감동이 없었는데 이제와서 다시 들어보니 그 말이 마음에 콕 박힌다.
아무튼 나의 세상과 연이 된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
코로나로 참 명절같지 않은 명절을 보내고 있지만 모두 행복 가득한 추석이길.
내일은 다음달은 그리고 내년은 모두 오늘보다 더 좋은 시간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