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8일 화요일

Good Bye, 마왕...



중학생 시절...
난 꽤나 문제가 많은 학생이었다...
물론 지금도 역시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지만 중학생 시절의 난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꽤나 고집스럽고 세상이 모두 부조리해보였던 아이였다... 그러다보니 매일 듣는 노래라곤 사회를 비판하는 힙합이나 말도 안되는 욕설을 내뱉는 락의 몇 장르들을 골라서 듣곤 했다.

그러던중 NEXT의 신해철이란 가수를 알게 되었다. 뭔가 똘끼가 충만해보이고 나와 같이 세상을 삐뚤어지게 바라보는 듯한 그의 모습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97년 NEXT의 노래 해에게서 소년에게 라는 노래가 발표되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노래를 듣는 내내 멜로디는 들리지 않고 오로지 가사만 들렸다...
이제 그만 일어나 어른이 될 시간이야
너 자신을 시험해봐 길을 떠나야해
니가 흘릴 눈물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너의 여린 마음을 자라나게 할꺼야
남들이 뭐래도 네가 믿는 것들을
포기하려 하거나 움츠러 들지마 힘이 들땐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상대하지마
변명하려 입을 열지마 그저 웃어버리는 거야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너의 날개는 펴질거야
어른이란 나이를 먹어 자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가며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고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듯 들리는 이 가사가 왠지 어린 나에게 많은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마왕의 다른 노래는 기억도 안난다.
하지만 신해철이란 사람은 저 노래 하나로 나에게 많은 기억을 준 사람이다...
신해철은 어린 내게 꽤나 벅찬 감정을 일으키게 한 저 노래 하나로도 고마운 사람이다...

오늘은 최남선의 시와 함께 마왕의 노래를 들어야겠다...

Good Bye, 마왕...


해에게서 소년에게

최남선

1

처…… 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 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2

처…… 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 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3

처…… 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가지, 없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누구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울 이 있건 오너라.
처…… 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4

처…… 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그만 산(山)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 한 땅을 가지고,
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 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5

처…… 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저 따위 세상에 저 사람처럼,
처…… 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6

처…… 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정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맞춰주마.
처…… 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