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5일 수요일

그냥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주식투자자의 할 일은 뭘까?
아주 단순하다.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투자하는 것. 시장을 예상해보고 공부하는 것은 이번과 같은 폭락에 대한 대비를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보통 폭락은 예상을 하기가 어렵다.

나는 반성문을 작성할 때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염성이 높은 특성으로 인해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혹 내가 전염성이 높다는 판단을 했다 하더라도 내가 매수를 안했을까?

글쎄, 평단가는 더 낮아질 수 있었겠지만 매수는 계속 했을테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1. 시장의 좋고 나쁨은 내가 정할 수 있는게 아니다.
시장의 좋고 나쁨은 작게는 정부의 경제정책, 넓게는 국내외 정책과 환경이 우리 시장의 상황을 결정한다. 즉 우리가 정부정책을 수립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고 외국 정책 당국자가 아니라면, 우리가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큰 흐름에 휩쓸리는 작은 존재일 뿐이다.

2.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한다.
정부 정책과 국내외 상황이 시장의 방향을 정하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 인간의 본성이다. 즉 탐욕과 공포가 거품과 폭락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인간은 "극단의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더 얻으려고 탐욕을 부리기도 하지만, 더 잃지 않기 위해 타협과 공조를 한다는 점이다. 폭락장에서 정부가 아무런 일도 안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만일 아무런 일도 안하는 정부가 있다면 이는 우리의 세금을 좀먹는 쓰레기일 뿐이다. 이런 쓰레기 정부는 국민들이 빠르게 내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정부도 알고 있기에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이 대처능력은 국가에 따라 인물에 따라 천차만별 갈린다. 국가간 공조도 이런 이유로 발생하게 된다. 바로 이런 "극단으로 가지 않으려는 성향"이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3.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결국 거시적 방향성, 시장의 방향성은 우리가 정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는 투자자로써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가치보다 싼 주식을 사는것. 여기서 투자자의 수익률이 크게 갈릴 수 있다. 즉 가치라는 것을 평가하는 우리의 능력에 따라 그리고, 좋은 시기를 잡는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벌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과 같은 폭락장을 맞이하는 우리가 평상시의 상황과 똑같은 기준으로 투자를 하면, 폭락장 초반에 가진 현금을 모두 소모할 수 있다. 반대로 평상시의 상황보다 한참 낮은 기준으로 폭락장을 맞이하면, 원하는 만큼의 수량을 못채우게 된다. 나는 이것을 순전히 운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폭락장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나름의 이유로 구간을 나누어 기계적으로 매수하는데, 내가 운이 뛰어나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후 시장이 안정되어 오르거나, 혹은 시장이 더욱 불안해서 하락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정부 정책과 국내외 상황이 결정하는 것이다.

시장이 많이 올랐다. 미 연준이 발표한 "in the amounts needed"한 양적완화(?)로 인해 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는것 같다.

그런데 이것을 누가 예상했을까? 이것을 예상하고 폭락장에서 나를 포함한 개미들이 주식을 매수한걸까?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나는 그저 꾸준히 추적하던 몇 회사들이 있었고, 이들 회사의 주가가 많이 빠져 구간에 맞춰 조금씩 매수를 해왔을 뿐이다. 나는 지금도 증시가 오를지 빠질지 알지 못한다. 다만 지금은 과거와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싼 주식을 주어담고 있고, 더 좋은 가격에 주식을 사는 것이 내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는 쓸대없는 고민이다. 어쩔수 없는 것은 그대로 두고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할 일을 하면 된다.

지금 우리는 유동성이라는 1부능선을 넘었다. 2부능선, 3부능선 4부능선 모두 넘어야 안정된 투자가 가능하다. 2부능선은 오일가격이고, 3부능선은 유럽과 중국의 경기침체이고, 4부능선은 미국의 실업률상승에 따른 경제침체다. 이들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오일은 순전히 러시아와 사우디의 합의에 따라 갈리게 될 것이고, 유럽은 특히 스페인 이탈리아가 맞이할 수 있는 대침체 혹은 디폴트, 중국의 경우는 기업의 디폴트가 핵심이다. 4부능선인 미국의 경제는 사실 조금 어렵다. 실업률은 사상최저였고, 소비가 매우 중요한 미국의 경제 구조상 현재 코로나로 인한 실업률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나는 벌써 마지막 한발을 제외한 모든 총알을 다 써버렸다. 실제로 지금 싼 주식은 널려있다. 아쉽지만 이들을 모두 살 순 없다.  지금 내가 집중하는 것은 앞으로도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러면서도 주가가 많이 싼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은 꼭 ir과 친해져야만 한다.

봄은 그자리에 있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선 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봄을 찾아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