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9일 목요일

개인적 반성문.

나는 공포가 만연하기 위해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 실물 경제의 문제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런 이유로 맨 처음 작년 8월 수준의 하락을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폭락으로 과거 금융위기와 비슷한 정도의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그 속도는 금융위기보다도 더 빠르다. 아직까지 현금보유 비중이 있어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중간 상황에 와서 반성을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우선 코로나바이러스는 과거 메르나 사스와 달리 전세계적으로 시차를 두며 빠르게 퍼져나간 모습으로 이전의 바이러스와는 다른 양상을 띄었다. 전염성이 매우 높은 이 특성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빠르게 잡힐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 내 가장 큰 패착이다. 빠르게 잡히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이는 결국 장기전을 의미하고, 장기전을 이해했다면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매우 크게 열어두었을 것이다. 동시에 전염이 빠르다는 이 특징으로 인해 국가에서 국가로 전염되며 세계 경제에 큰 잡음 혹은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됐을 수 있었다. 난 이것을 3월 이탈리아의 상황을 보고서야 알았다. 결국 신종바이러스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초기하락 시 주식을 조금씩 매수하는 동시에 인버스도 매수했다. 인버스는 1800선까지 적당한 수익을 보았고, 나는 이를 현금화해 매수를 천천히 진행했다. 인버스를 매도한 부분은 애초 매수시점부터 계획한 매도시점이라 잘못되지 않았다. 주식 매수 역시 잘못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1800선이 무너질 때 계산을 너무 쉽게 해버렸다. 우선 시장의 하락과 반등 확률은 내가 알 수 없으니 50:50으로 두는 것은 괜찮았다. 하지만 하락폭을 너무 낮게 잡아버린 것이다. 즉 난 1530선을 하락의 바닥 언저리로 잡았다. 그리고 이에 맞춰 가능한 하락의 폭(손실률)과 상승의 폭(이익률)을 하락혹은 반등 확률로 계산해 첫 매수를 감행했다. 하지만 당시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음에도 바닥 언저리를 수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화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바닥 언저리를 더 낮게 잡고 계산을 했어야 했다. 이것은 결국 내 평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달라자산을 너무 이른 시기 청산한 것도 문제였다. 이것은 한국시장이 미국시장과 비교해 매우 싸다는 생각, 한국 경제를 걱정하면서도 잘될거라는 아니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그 막연한 희망으로 인한 결정이었다. 물론 나는 돈이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또 나는 확률이 이끄는 삶이 아닌, 내 안에서 나오는 진정의 삶을 살고 싶다. 이런 이유로 종종 감정이 이끄는 결정을 할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나의 일에 관해서는 이런 감정이 섞여선 안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반성하는 건 내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ir에 지난주 금요일이 되어서야 모두 연락을 끝냈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들 기업에 전화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 익스포저가 얼마나 되는지 빠르게 물었어야 했다. 기업이 태만한 모습을 보였거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주주의 신분으로써 여러번 전화하며 이들에게 위험을 알렸어야 했다. 그것이 회사의 주인으로써 했어야 할 행동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행동을 너무나 늦게 완료했다.

나도 벌써 손실이 50% 가까이 되고 있고 현금은 20%정도 남았다. 아마도 평단을 크게 줄이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정말로 경제에 큰 타격이 온다면, 그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남은 기업은 오히려 추후 시장의 지배력을 늘려가며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모두 화가 가득한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에도 지인이 내게 문제인이 일을 잘했다고 말해 꽤나 욕을 쏟아 부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가시돋친 말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가 말하는 거짓정보에만 반박하고 욕은 안했어도 됐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긍정적인 마음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모두 잘될 것이다. 요즘 나의 기도는 나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이번 역경을 잘 이겨내는 것이다.

지금은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봄은 늘 그곳 그자리에 있다.
봄이 저기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