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판사로 있는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MK 회장의 10.5조 (평당 약 4.4억)의 한전부지에 대한 통큰 배팅을 두고 작은 이야기가 오갔다.
일단 10.5조란 돈을 현대차, 기아차, 현대위아, 현대모비스의 자산, 자본, 시총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되는 돈일까? 4 기업의 시총, 자본, 자산의 합과 비교하면 시총에 약 9% 자본에 약 9%, 자산에 약 5%정도 되는 돈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 4사 자본의 9%나 되는 돈을 한전부지에 쓰게 되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옥건립비용도 만만치 않게 사용될 것으로 보여지는데 업계에선 사옥 건립 비용으로 약 4~5조 정도를 예상하고 있고 이와 더불어 일반상업용지(용적률 800%)로 용도 변경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역시 약 1.3~1.5조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니 현대차그룹이 사옥을 위해 쓰는 돈은 약 17조 가까이 되는 것이다. 이는 4사 자산의 약 8%, 자본에 16%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MK회장은 지금 사옥을 짓기 위해 이런 큰 돈을 썼어야 했을까?
사실 현대차는 작년 매도를 하기 전까지 약 4년이란 시간동안 투자를 해오던 애착가는 회사이다. 그런데 이번 MK회장의 결정은 작년의 매도 결정이 너무도 잘된 것임을 새삼 깨닳게 해주고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반주주적인 행태를 다시 알려준 사건이다.
우선 내가 보는 현대차의 위치는 아직 일본차에 비해 많이 뒤쳐지고 있다. 이런 경쟁력이 낮은 브랜드 파워와 더불어 현대차의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미래 먹거리에 대한 미온적인 접근은 장기적인 회사가치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땅을 사는 지금의 모습은 조금 실망스럽다.
다음으론 주주에 대한 인식 부족을 꼽고 싶다. 사실 이번 한전부지 입찰액을 두고 일요일에 본 내 친구는 배임죄에 대한 언급을 했다. 사실 지금껏 우리나라 기업 총수들은 주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다. 마치 회사가 자기 소유물인냥 생각하고 함부로 회사돈을 횡령하고 사적인 곳에 회사돈을 쓰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MK회장의 이번 결정 역시 자신의 욕심으로 인한 결정이 아니였는지 나는 묻고 싶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날로 가까워지고, 새로운 기술 투자는 눈에 띄지 않고, 국내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고, 실적 역시 정체되고 있는 지금... 사옥을 위해 약 17조 가량의 큰 돈을 써야만 하는 걸까? 그리고 이 결정이 정말 주주를 위한 것일까?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술 개발을 위해 정당히 돈을 쓴다고 한다면 나 개인적으로는 배당금을 조금 받아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옥을 위해서 돈을 쓰고 배당은 계속 쥐꼬리만큼 준다면 현대차는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더욱 반감된다.
뭐 어찌되었든 10.5조란 돈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이 망할 일은 없어 보인다.
4사가 13년 벌어들인 연결 순수익만 해도 17조 정도 되니 그냥 단순히 생각해보면 한 해 번 돈으로 사옥 하나 짓는다고 보면 된다.
주주들의 입장에서 볼 땐 분명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겠지만 어째든 주가는 가치가 있다면 오르고 가치가 없다면 내릴테니 일번 일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보여진다. 그래도 EPS 보나 BPS를 보나 다른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비교해서 저평가 되어 있는건 분명해 보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