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2024 노트
근래 한국 자본시장의 후진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후진성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감하고, 특히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 등 주주를 무시하는 행태를 전적으로 통감하고 기업들의 이런 무지성적 행위를 비판한다.
그리고 난 이런 후진성에 더해 하나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위 지표는 pbr/per을 그린 지표다. 조금더 정확히 하면 (pbr*10/per)에 1000을 곱한 것으로 결국 600의 의미는 0.06과 같다. Pbr = 주가/자본이고 per = 주가/수익이다. 그리고 이 둘을 나누면 수익/자본, 즉 자본대비 수익을 구하는 ROE 지표가 그려진다.
우리나라의 roe는 아이러니 하게도 08년 금융위기 직전 2년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이후 점차 내려오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단 한번도 우리 기업들의 roe는 06년 고점을 넘어선 적이 없다. 다시 말하면 기업의 생산성 혹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 이것을 기업들의 자본배치 실패에서 찾고 있다.
자본배치 실패는 단순하게 해석될 수 있다.
우선 수익 대비 자본을 과도하게 쌓고 있다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돈을 벌면 땅과 건물을 먼저 사는 것이 일상이다.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아무튼 기업의 과도한 자본축적은 한국 경제에 결단코 좋지 않다. 우선 이 축적된 자본이 지금처럼 부가가치가 낮은 부동산으로 흐르면 그 만큼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 과도한 자본축적은 돈의 흐름을 막는 것으로 경제의 선순환을 방해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이런 기업의 자본축적이 시사하는 바는 복잡하지만 원인은 단순하다. 기업이 돈을 쓰지 않거나 기업이 돈을 쓸 곳이 없다는 것. 우리는 기업이 돈을 쓰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단순히 돈을 쓰는 것을 넘어서 돈이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어야 한다. 즉 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흐르도록 하는 것인데, 결국 기업 스스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혹은 주주들에게 수익을 적절히 배분해 이들이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것이다.
우선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을 찾기가 어려워 확신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gdp 대비 적은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기업의 투자는 절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의 투자가 적지 않다면 과도한 자본축적의 원인은 잘못된 수익 분배에서 찾아야 한다.
즉 기업의 수익이 주주에게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배당수익률은 전세계에서도 매우 낮은 축에 속한다. 기업의 축적될 자본이 주주에게 돌아간다면 주주는 배당금을 기초로 소비 혹은 다른 투자를 이어가기 마련이다. 이는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한다. 특히 전세계의 블록화가 가속화되는 지금 내수의 중요성은 여러 번 언급해도 모자라지 않다. 수출기업은 몰라도 최소한 내수기업들은 본인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수익 배분을 적절하게 행해야 한다.
ROE는 자본 대비 수익률이다. 결국 자본이 쌓이는 만큼 수익이 같이 증가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자본이 쌓이는 만큼 수익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위 차트를 보면 수익이 큰 폭으로 급하게 하락하는 기간이 아니라면 수익이 정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자본축적 속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위험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기업들이 배당을 높이지 않고 계속 자본축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런 자본축적은 앞선 언급대로 국가 전체적으로도 절대 좋지 않다.
다소 과장됐을 수 있지만 분명한건 돈은 결국 물과 같아 흘러야만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고인 돈이 너무나도 많다. 부동산으로 흐른 돈 역시 고인돈과 같다. 괜히 不동산이 아니다. 기업들이 먼 미래에도 자신들이 존재하고 성장하길 원한다면 필요 이상의 자본 축적은 인구감소가 시작된 우리나라에서 지양해야만 한다. 정부도 이런 기업들의 과도한 자본축적을 적절한 수익 배분으로 전환시킬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강제로 해봐야 우리나라의 기업지배 구조를 볼 때 실패가 뻔하다.
오늘 29일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악운이란 악운은 모두 찾아오는듯 어려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건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때려죽여도 해는 뜬다는 사실이다.
내년은 우리 모두가 더 좋은 한 해가 되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