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의 약화. 이 현상은 사회가 어지럽다는 반증과 같다. 사람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정부를 믿지 못하니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니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완전히 안믿고 혼자서 살 수 없으니 내 편을 찾아 편을 공고히 한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친구가 내게 자신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라며 하나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 동영상의 내용은 단순하다. 어째서 미국 정부는 미국 국민을 먼저 돕지 않고 난민들 불법이민자들 그리고 이민자들을 먼저 돕느냐는 분노 어린 주장이었다. 이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자국 국민을 먼저 도우라는 미국 시민의 외침이다. 즉 내 편을 먼저 챙기라는 말이다. 이민자의 나라에서도 자국 국민을 먼저 대우하라는 말이 나오는게 현 상황인 것이다.
이런 "내 편 먼저" 현상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너무나 자주 보이는 일상의 문제다. 진보는 자신의 허물을 남탓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허물을 지적하는 이들을 탄핵하겠다는 등 개소리를 남발하고 있고, 보수도 자신의 허물을 대함에 있어 진보의 허물로 물타기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자신의 편을 무작정 보호하며 정신승리하고 있고, 이런 우리를 이용하는 정치인들에게 빨대 꼽혀 쪽쪽 빨리는 중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파이의 확장이다. 파이의 확장은 시장경제에서 너무 중요하다. 이것은 여러번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10의 경제가 11의 경제로 파이가 커지면 1을 여러 명이 나눠 먹게 된다. 이것은 모두의 부가 커지는 방향이다. 혹 어떤 한명이 1을 모두 독식하더라도 자신의 파이가 줄어들지 않고, 오직 다른 이의 파이가 늘어날 뿐이다. 이것은 질투와 시기를 불러오지만 분노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10의 경제에서 누군가 자신의 파이를 가져갈 때다. 예로 어떤 경제에 8를 갖고 있는 A와 2을 갖고 있는 B가 있다고 하자. A가 B의 파이 1을 가져온다면 A는 9의 파이를 갖고 B는 1의 파이를 갖는다. 이전엔 6의 차이가 났던 부의 격차가 8의 차이가 나버리게 된다. 이것이 경제가 저성장일 때 빈부격차가 더 커지고, 어려운 사람들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파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는 시기 질투가 아닌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 분노는 강력한 힘이다. 세상은 시기 질투로 뒤집어 지지 않는다. 분노가 세상을 엎어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는 경제의 파이가 커질 요인이 안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정된 파이에서의 치열한 싸움만이 우리에게 남았다. 자신의 것을 빼앗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고, 자신의 것을 빼앗긴 사람은 분노하기 마련이다. 결국 사회의 분노가 높아짐을 뜻한다.
분배는 사회를 유지하는데 있어 매우 필요한 덕목이다. 분배는 있는 사람의 부를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행위다. 하지만 동시에 분배는 사회의 분노를 누그러트리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분배는 현상을 유지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또 경쟁에서 뒤쳐진 이들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분배가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깔볼 것이 아니라 또 없는 사람을 있는 사람을 욕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부자를 욕하면 어떤 부자가 분배에 찬성하려고 하나? 반대로 부자가 경쟁에 뒤쳐진 이들을 멸시하면서 돈을 주면 어떤 이가 고마워 할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떤가? 가난한 이들은 부자를 존중하나? 반대로 부자는 없는 이들을 존중하나?
서로 욕하기 바쁜 우리 모습에서 똥통 같은 정치권이 떠오르는건 아주 당연한 모습이다. 우리가 병신 같으니 정치권은 더 병신 같은 것이다. 특히 진보진영이 갈라치기를 매우 잘하는데, 이 갈라치기의 목적은 분명하다. 이들은 분노의 타겟을 분명히 해주고 분노의 정당성을 대신 말해준다. 그러니 내 편이 좋은 것이다. 내 편이 더 공고해진다. 사람들에게 정치인들의 갈라치기 논리가 올바른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성적이지 않다. 분노가 많은 지금 우리는 더욱 이성적이지 않다.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 서로간 존중이 없다. 이게 지금 현실이다. 그리고 정치는 이를 이용하고 있다.
아무튼 언제까지 이런 세상이 유지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파이의 확장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편을 나눠 싸우고 욕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분노가 커지면 세상이 엎어질 수 있다. 그 전에 성장과 분배에 대한 적절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제발 정치인들은 갈라치기 좀 그만해라. 좆 같은 새끼들.. 정말 마음 같아선 국회에 대통령과 정치인들 다 모아두고 국회로 미사일을 떨어트려 다 죽여버렸으면 좋겠다. 그 전에 저런 벌레 같은 인간들을 뽑은 우리도 잘못이지.
세상은 확장과 축소를 반복한다. 지금은 축소의 세상이다. 내가 중요하고, 내 가족이 중요하고, 내 편과 내 국가가 중요하다. 이것은 지금 하나의 큰 흐름이다.
유럽과 미국의 우향화는 앞으로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미래에 있어 매우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극우향화 된 국가인데,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를 밀쳐내듯 결국 서로가 서로를 밀쳐내는 방향으로 세상이 흘러갈 여지가 충분한 시점이다. 이렇게 우향화 되는 중 경제 파이의 확장이 나타나지 않으면 분노는 계속 심화되고, 이 분노는 결국 큰 마찰을 만들어내게 된다. 혹여라도 세계 경제가 크게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마찰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지금 미국 경제는 경기하강의 징후가 서서히 보이고 있다.
미국의 소비가 사라진다면? 중국은 이미 어렵고, 유럽 역시 매우 어려운 지금 누가 소비를 해줄 수 있을까? 소비의 주체가 없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문제다.
개인적으로 다음 경기침체가 걱정된다. 많은 나라들이 부채가 매우 많다. 미국은 부채비용이 국방비용보다 많아졌다. 미국의 부채 상황을 볼 때 과거처럼 쉽게 돈을 찍어내기 어렵다. 유럽도 중국도 모두 경제가 어렵다. 이것은 경기침체시 부양을 위한 돈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 우리는 경기침체시 금리인하 만으로도 경제에 온기가 전해질 수 있는 경제체력이 필요하다.
시장은 계속해서 확장을 위한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확장은 계속해서 실패중이다. 과거 스마트폰과 같은 확장은 없다. 스마트폰은 과거 핸드폰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어플과 데이터라는 것으로 사람들의 빈 시간을 점유했고, 이렇게 시간을 점유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나타나게 됐다.
전기차는 주류가 되더라도 기존 자동차를 대체하는데 그친다. 스마트폰과 같이 빈 시간을 점유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오직 자율주행이 완성될 때 운전하는 시간이 자유로운 시간이 되고, 이 시간이 새로운 파이가 될 뿐이다.
AI는 새로운 시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상상력의 한계로 AI가 어떻게 인간의 시간을 더 남아돌게 만드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높은 부가가치 산업이 값싸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은 가격효과를 통한 기존 시장 확장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경제 전체의 파이 확장은 잘모르겠다. AI는 여전히 어렵다.
반대로 우리는 기후 변화로 인해 많은 시간을 과거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써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투자자에게 있어 좋은 기회이지만 시장 전체로 볼 때 마이너스에 가깝다. 또 패권전쟁과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싸움 등 모두가 시장 확대에 도움이 안된다. 세계경제의 블록화는 확대가 아닌 축소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은 절대 쉽지 않다.
이러다 정말 자이한이 예상한 세상으로 세상이 쪼개지는건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