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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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을 할 때엔 미국으로 공장을 가져와 제조업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진심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세협상을 하고, 관세 장벽이 낮아진다면 미국으로 제조업의 귀환은 많지 않다. 그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인의 임금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10~30%관세 정도라면 굳이 미국으로 공장을 가져갈 이유가 없다.
중국과의 패권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I기술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 사회체제부터 AI에 유리하고, 이미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AI에 필요한 다수의 데이터와 실증 사업을 하고 있어 미국이 다소 불리한 입장이다. 심지어 중국은 deepseek를 통해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서도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혁신은 미국에게 꽤나 큰 충격이다.
“미국은 AI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중국은 비용이 그 정도로 엄청날 필요는 없다고 했다. AI가 과거엔 높은 산과 같았다면 이젠 높은 벽에 불과하다. AI는 앞으로 규모의 경쟁에서 효율의 경쟁으로 돌입하게 됐다. 알고리듬이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규모의 경쟁을 버리고 효율의 경쟁을 받아드릴 것이다. 강도 높은 경쟁이 발생하게 됐다. 미국으로 향하던 모든 기대가 앞으론 분산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강자 미국이 처음으로 겪는 엄청난 경쟁이 됐다.” https://dalmitae.blogspot.com/2025/01/1.html
따라서 미국은 중국과의 AI 주도권 싸움의 전략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계속 강조하지만 중국은 제재로 무너트리기 어렵다. 거대한 동물을 사냥할 땐 작은 트랩을 써선 안된다. 사냥자 본인도 피를 볼 각오를 하거나 그 동물이 굶주리거나 다쳐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 공격을 해야 한다. 지금 중국의 경제는 분명 많이 망가졌다고 본다. 중국이 발표한 성장률 5%는 절대 믿지 않는다. 솔직히 중국은 그 독특한 정치체제가 아니였다면 진작 쓰러졌다고 본다. 하지만 deepseek가 보여준 것은 중국은 혁신을 이룰 체력이 남아있다는 것이고, 미국은 전략을 수정해야만 한다. 중국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트럼프가 생각하는 great america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단순히 세계 최강의 힘을 투사하는 것이라면 트럼프의 great america는 절대 실현되기 어렵다. 미국은 러시아의 차르봄바 하나로도 그 최강의 힘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의 패권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트럼프의 발언들, 캐나다와 유럽을 향한 발언들은 절대 중국을 무너트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미국에게도 절대 좋지 않다. 또 트럼프는 친러시아 행보를 계속 보여왔는데 이 역시 미국에 좋지 않다.
미국의 친러 행보가 중러간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하지만 푸틴은 모디와 다르지 않다. 푸틴 역시 실리를 중시하는 인물로 중러간 밀착은 쉽게 떨어지기 어렵다. 그렇다고 중러간 밀착이 끈끈한 것도 아니다. 중국은 러시아를 돈벌이 국가로 그리고 미국을 상대하는데 필요한 국가로 인식할 뿐이다. 절대 끈끈한 동맹은 아니다. 이번 전쟁을 통해서 푸틴 역시 중국의 필요성과 중국의 간사함을 더 확실히 인식했을 것이다.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도 그 정도로 끝날 수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미국의 이 한수는 가까운 내 편만 잃는 악수가 된다. https://dalmitae.blogspot.com/2025/02/blog-post_27.html
중국이라는 거대한 곰은 미국 혼자서 싸울 것이 아니다. 또 세계 경제의 파이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지금 극우는 계속 득세할 것이고, 이들 극우 세력은 각자의 이익에 따라 미국을 우방으로 혹은 중국을 우방으로 인식할 것이다. 트럼프는 불씨가 붙은 나무에 기름을 뿌린 격이다. 자칫 중국에게 살 길이 생길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유럽의 주요국은 중국의 확장을 경계해야만 한다. 세계 어디든 먹고 사는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고, 중국은 13억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서 저부가가치 제조업부터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다 가져가야 한다. 유럽엔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명품산업이 있다. 중국의 도전은 이들에게 명백한 위험이다.
사족이 길었지만 제조업을 가져가기엔 트럼프의 관세는 약하고, 중국을 쓰러트리기엔 미국의 공격이 너무 안일하다. 지금까지 트럼프의 great america는 실패에 가깝다.
부채는 미래 성장을 현재로 가져오는 행위다. 부채가 많다는 것은 미래 성장을 현재로 많이 끌어온다는 것이고, 가져올 수 있는 미래 성장은 기술과 자본 그리고 정치적 물리적 상황 등 많은 요소로 인해 유한하다. 미래성장이 점차 고갈되면 금리, 즉 미래성장을 위한 비용을 낮춰야 한다. 금리가 낮아지면 기대수익률이 낮은 투자처도 기회가 되고, 이는 다시 기대수익률이 낮은 미래 성장을 현재로 가져오는 유인이 된다.
부채는 그 자체로 위험하진 않다. 다만 성장이 고갈되는 때가 문제다. 그리고 이 때 문제를 키우는 요소는 얼마나 많은 돈이 부실자산과 투기자산으로 흘러갔는지 여부다. 특히 스스로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자산은 자칫 그 가치가 0에 수렴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난 근래 10년간 보여준 미국의 독보적 성장은 저금리를 만난 미국의 ‘혁신적 기술’과 소위 멜팅팟이라고 불리는 다문화를 수용하고 이용할 수 있는 그들의 ‘문화적 역량’이 미래 성장을 현재로 크게 끌어온 것, 그리고 높은 생산성(roe)를 가능하게 한 테크기업의 전략이 미국의 높은 성장을 가능케 했다고 본다.
우선 저금리를 통해 미국은 성장을 계속 당겨올 수 있었다. 미국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우선 가장 수준 높은 기술 보유국이자 문화 수출국인 점이다. 미국은 뛰어난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고, 이 시장이 자국에서 머물지 않고 세계로 나아가게 할 힘이 있는, 즉 소프트파워가 있는 국가다.
그리고 또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미국의 산업이 빅테크 중심으로 개편됐는데, 이들 빅테크 기업들의 경영 전략이 미국의 성장에 매우 주요했다.
미국의 테크기업들은 대부분 roe가 높은데, 이는 이들이 수익률이 떨어지는 제조는 해외에서 생산하고, 수익률이 높은 서비스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구조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 했다. 무역의 세계화에서 미국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런 수익구조는 저금리와 만나 차별화된 수익과 성장을 만들었다. 이것이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차별화된 주요 이유다.
코로나 이후 금리가 오른 시점에도 같은 이유로 미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가져갔다. 반대로 많은 국가들은 높아진 금리로 부채비용이 높아졌고, 이것은 이들 기업들의 수익률을 깎아먹었다. 부채비용의 증가는 특히 수익률이 낮은 기업과 국가에게 불리하다. 거칠게 보면 5% 금리인상이 비용 5% 증가를 가져온다고 하면, 10% 수익률을 내던 기업은 수익의 반이 줄고, 20% 수익률을 보이던 기업은 수익의 1/4만 줄어든다.
물론 많은 테크기업들은 저금리 당시 많은 장기부채를 가져가며 금리인상의 피해를 덜 보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브레이크 없이 늘어난 유동성과 공급단에서의 문제 등을 이유로 전세계는 인플레이션을 만났고, 미국은 이후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다.
난 관세전쟁이 장기적으로 디플레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하지만 단기적 영향은 알 수 없다. 다만 미국인들이 한번 고물가 상황을 겪었고, 이 기억은 사재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런 미국인들의 태도는 물가를 자극할 요소다. 그리고 fed는 물가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 실업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니 fed의 방향은 거의 정해졌다고 봐야한다. 시장의 기대보다 fed는 늦게 움직일 것이다. https://dalmitae.blogspot.com/2025/05/2.html
다시 말하면 높아진 부채비용이 쉽게 낮아지기 어렵다. 부채비용이 높다면 높은 이익률/성장을 달성하면 된다. 하지만 관세전쟁은 언제나 불황을 불러왔다.
그리고 트럼프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바로 이것이 미국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간단히 말해 미국의 테크 기업들의 수익률이 저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난 이것이 사실 트럼프의 정책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AI의 성장세를 볼 때 테크기업들은 인건비 등 고정지출을 줄이는 것으로 높은 이익률을 다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중단기적 관점에선 테크기업들의 이익률/수익률은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제조업은 사정이 더 어렵다. 특히 인건비가 매우 높은 미국은 제조업을 영위해 이전의 고효율을 달성하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특별한 성장은 앞으로 매우 어렵다.
물론 제조업단에서 의외로 어떤 혁신이 발생해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다시 달라진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제조업단의 혁신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난 미국의 적극적인 리쇼어링 전략은 독이든 성배와 같다고 본다. 지금은 그렇다.
앞으로 트럼프의 선택이 매우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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