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투자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딥시크가 이번 휴일의 가장 큰 화두였을 것이다.
처음 뉴스를 접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들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러시아.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석유/천연가스 판매를 통해 경제를 계속 돌리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과거 냉전 때와 달리 세계가 더욱 가까워졌고, 제재를 피할 방법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세계경제는 하나의 큰 그물망처럼 얽혀있고, 단순 몇 가닥의 그물망을 잘라내는 것으로 그물망 전체를 망가트릴 수 없게 됐다.
중국과의 싸움은 특히 더 어렵다. 세계경제라는 매트릭스에서 시작은 중국이고 끝은 미국이었다. 시작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시작을 위해선 단단한 기반이 필요하고, 더 넓은 그물망이 필요하다. 중국은 그 단단한 기반과 더 넓은 그물망을 가졌다. 현대의 중국과 과거 일본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 중국은 제재로 무너트리기 어렵다. 다만 어렵게 할 뿐이다.
중국이란 거대한 곰은 쓰러지나?
https://dalmitae.blogspot.com/2023/08/blog-post.html
중국이라는 저 거대한 곰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제재로 쓰러트리기란 불가능하다.
딥시크의 충격은 내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결과다.
물론 중국이 말하는 주장을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 당연히 싱가폴을 통해서 h100이 다수 흘러갔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다 제쳐놓고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런 저런 제재를 다 받으면서도 그리고 분명 미국보다 비용은 적게 썼음에도 미국과 비슷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패널티를 갖고 싸우지만 미국과 견줄만 하다는 것.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디테일을 이해할 기술적 지식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은 어떤 혁신을 이룬 것이다.
미국은 AI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중국은 비용이 그 정도로 엄청날 필요는 없다고 했다. AI가 과거엔 높은 산과 같았다면 이젠 높은 벽에 불과하다. AI는 앞으로 규모의 경쟁에서 효율의 경쟁으로 돌입하게 됐다. 알고리듬이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규모의 경쟁을 버리고 효율의 경쟁을 받아드릴 것이다. 강도 높은 경쟁이 발생하게 됐다. 미국으로 향하던 모든 기대가 앞으론 분산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강자 미국이 처음으로 겪는 엄청난 경쟁이 됐다.
중국의 발전이 매우 놀랍다.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발상 만큼이나 중국의 발전이 놀랍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이번 알고리듬을 통한 효율성 증대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좋은 인사이트를 준다고 생각한다. 너무 무식한 발언인가? 하지만 중국의 주장을 다 믿진 않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찾아가야 할 길은 알고리듬 뿐이라는 판단이다. 미국의 AI 투자비용을 보면 오직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중국의 공산당 지원을 받는 기업들만 가능하다. 결국 중국의 주장이 맞던 틀리던 우리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 뿐이고, 결국 알고리듬에 답이 있다.
특히나 다른 산업과 같이 중국의 AI 저가공세의 포문이 열린 만큼 우리는 계속 높은 효율을 쫓아야만 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가 아니다. 우리는 해야 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우리는 이 길을 가야만 한다.
그것이 앞으로 펼쳐질 적자생존의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