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9일 월요일

올 한해를 마치며

16일 노트


올 한해 투자 역시 꽤나 난이도가 높았다. 특히나 물가와 금리인상을 이슈로 시장이 작년부터 이어오던 하락을 계속 이어왔고 지금도 물가와 금리인상이라는 이슈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것이 올 한해의 전부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이었다. 작년부터 시장의 하락을 예상하고 쌓아두었던 현금을 9월 말부터 천천히 구간별로 매수했지만 마지막 현금을 다 사용하진 않았다. 이것은 내 욕심을 탓해야 할 부분이다. 

그 마지막 하나를 다 쓰지 못한건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 이유가 내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만 한다. 물론 그러다가도 운이 좋아서 노려보던 기업들의 주가가 매우 싸진다면 동행을 할 테다. 지금 이 마지막 하나는 매우 쌀 때를 위한 돈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올 초 시장의 방향에서 언급한 자강, 즉 에너지 자강 그리고 국방력 자강이 시장을 이끌수 있다고 보았고 이들 투자가 수익을 내주었다. 또 미중 패권싸움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곳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투자도 적당히 수익을 내주었다. 반면 문재인을 비웃으며 매수한 한전과 오프라인 공간의 유효함을 내세우며 투자한 이마트는 손실 중이다. 특히 이마트의 경우는 쿠팡의 온라인 확장 한계와 부채비용(성장비용)이 증가하는 점과 유형의 공간의 유효함을 기반으로 싸게 샀다고 생각했다. 헌데 쿠팡의 선전 그리고 이마트가 가진 최고의 유형자산 스타벅스가 관리가 되지 않으며 투자아이디어를 훼손시켰다. 또 예상보다 큰 ppa 상각도 문제였다. 그럼에도 현재는 현저하게 싼 구간이니 매도할 이유가 없다. 담배꽁초 투자가 될지 아니면 위대한 투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정용진의 능력을 좋게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최소한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은 아니다. 또 여전히 유형의 공간은 가치가 있다. 



시장은 금리인하를 계속해서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어떤 이들은 금리인상은 이제 끝났다고 주장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들의 논리는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정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가 고민하는 이유도 이들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다만 이들과 내가 달리 보는 것은 앞으로 금리인상은 조금 더 있을 것이고 금리 인하를 쉽게 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우선 경기둔화를 넘어 경기침체 가능성은 반반으로 생각된다. 경기침체를 확신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와 소득. 내년 시장이 언제 어떻게 크게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호텔업에 있는 지인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인력수요는 크고 반대로 인력공급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지금 이런 인력수요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리오프닝으로 인해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가계 저축이 코로나 시절 높았던 만큼 여전히 소비가 견조하다. 하지만 만일 이 수요가 가계 저축에 기반한 수요였다면 어느 순간 크게 부러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it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해고 바람이 어떤 나비효과를 만들지 지금은 알 방법이 없다. 따라서 수요부진에 따른 경기침체는 가능성이 있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면 된다.


금융시장 불안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금융시장 불안의 가장 큰 이슈는 두 가지다. 하나는 외환시장, 다른 하나는 부동산 시장. 


세상 대부분의 것들을 이해할 때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변화와 속도다. 변화에서도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천천히 그리고 장기적으로 삶에 스며들며 바뀌는 메가트랜드 변화와 빠르고 단기간내 바뀌는 충격 변화다. 문제는 충격 변화가 장기적 추세로 바뀔 때다.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집단과 사람이 많이 생기게 되는데 이 때 많은 위험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의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바로 그것이다. 최소한 21년부터 인플레이션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했다면 금리인상의 강도가 지금처럼 단기간 내 빠르게 변하진 않았을 테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너무 늦었고, 이 때문에 올 해 연준은 고강도 매파가 되어 시장을 흔들었다. 문제는 바로 빠른 변화, 여기서 나온다.

미국의 경제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견조했고, 금리인상 속도가 다소 빨랐음에도 이를 견딜 체력이 있었다. 바로 이 지점이 지난 10월까지의 달러 강세를 설명해준다. 환율은 상대적 가치다. 이 상대적 가치는 큰 틀에서 성장과 금리라는 요인에 의해 움직이고, 상대적으로 견조한 미국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금리를 올리니 달러로 돈이 쏠렸다. 킹달러 현상이다. 그리고 일정부분 달러강세는 고물가를 겪는 미국에게도 유리한 상황이었다. 헌데 이 킹달러도 어느 정도 까지다. 킹달러가 너무 심화되면 미국도 좋지 않다. 

킹달러는 달러가 부족한 국가들이 달러화 자산을 매도하게 만든다. 달러화 자산 중 가장 안전한 것은 미국채다. 미국채 매도는 국채금리 상승을 이끌고, 이것은 미국의 자금조달 비용을 늘린다. 또 미국채 중 장기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부동산은 규모가 크고 많은 금융참여자가 여러 금융상품으로 얽혀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다. 이것이 부동산 시장 붕괴가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이유다. 따라서 미국은 미국채 매도가 발생할 수준의 킹달러는 절대 원하지 않는다. 11월 1일 노트를 작성하며 예상한 것은 미국이 달러 강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금리인상 폭을 줄이고 금리인상 횟수를 늘리고 길게 가져갈 것으로 봤다.

파월의 선택의 시간 https://dalmitae.blogspot.com/2022/11/blog-post.html

실제로 그 이후로 달러가 많이 내렸고 지금은 원달러 기준 1300원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엔, 유로/달러 모두 달러 약세 움직임이다. 음모론적 발상이지만 미국에겐 적당한 달러강세가 필요하기에 지금 수준에서 더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동시에 과거와 같은 킹달러도 경기둔화를 넘어 경기침체와 같은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정도의 가격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금융시장에서의 불안 중 하나인 환율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아가는 지금 앞으로 우리가 걱정해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부동산이다.

우리나라도 10월 말 부동산 pf가 문제가 되어 시장을 흔들었다. 08년 금융위기 이후 세상은 단 한번도 지금 수준의 금리를 맞이한 적이 없다. 낮은 이자는 낮은 미래성장 비용을 요구했고, 이런 낮은 미래성장 비용은 특히 저부가가치 산업군에게는 더욱 좋은 시절이었다. 이것은 반대로 고금리 시기엔 이들 산업군에겐 큰 위험이 된다는 뜻이다. 또 이들 산업군에 거품이라도 끼였다면 더 큰 문제가 된다. 이를 다시 말하면 성장 비용은 오르는데 기대수익은 없는 산업이란 말이다. 비용은 오르는데 기대수익이 없다면 답은 뻔하다. 추락. 부동산 시장, 다른 나라들도 모두 상황이 좋지 않지만 특히 우리나라 부동산이 바로 그렇다.

현 부동산 그리고 시장에 대한 생각 https://dalmitae.blogspot.com/2022/10/blog-post.html

다행히 미국의 10년 장기국채 금리가 다소 하락했다. 미국은 이 장기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인상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앞서 언급한 킹달러 현상으로 인해 어렵다. 결국 또 제자리다. 금리인상 폭은 줄이되 금리인상 횟수를 늘리고 장기간 고금리를 가져가야만 한다. 


그럼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저 장기간은 얼마나 장기간이 될까? 이는 nondurable pce에 달려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 nondurable pce가 현재 매우 높다는 점. 일단 이는 전체소득(소득*고용)이 매우 견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파월이 계속해서 고용과 pce를 언급하는 이유라고 이해한다. 만일 파월 역시도 nondurable pce를 지켜보고 있다면 금리인하는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결국 또 다시 금리인상 속도는 줄이고(=인상 폭은 줄이되) 고금리를 장기간 가져간다.

파월의 선택의 시간 https://dalmitae.blogspot.com/2022/11/blog-post.html

 


물론 물가가 빠르게 안정을 찾으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70년대에도 실업률이 유의미하게 오르고 물가는 유의미하게 하락했다. 

우선 70년 초반의 물가 상승기를 보자. 기준금리는 실업률이 오르는 것을 확인한 후 내리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물가도 따라내려가면서 기준금리 인하는 얼핏 나쁜 선택이 아닌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pce였다. Pce는 실업률이 오르고 물가가 내리는 와중에서도 내리지 않았는데, 결국 경기가 하락을 멈추고 회복하는 모습이 보이자 물가는 다시 크게 튀어올라 버렸다. 물론 당시 오일쇼크가 큰 원인이기도 했지만 물가가 저렇게 슈팅하는 것은 오일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70년 중반 미국은 초반의 물가정책 실패를 겪고도 경기침체기에 실업률이 오르는 것만을 본 후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물론 정치적 압력이 있었겠지만 어째든 그랬다. 다행히 초반 물가는 잡히는듯 보였지만 다시 경기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자 물가는 다시 큰 폭으로 뛰어 올라버렸다.

마지막 70년 후반 드디어 물가가 잡히기 시작하는데 두 마리 용과 싸워야 했다던 볼커의 결정은 실업률이 크게 오르고 물가는 유의미하게 내리고 마지막으로 비내구재 소비가 추세적 하락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금리를 내리며 물가를 잡았다. 

이 과거 1,2번의 사례를 나와 같은 시각으로 연준이 보았다면 금리 인하는 절대로 빠르게 결정하지 않는다. 금리인상 속도를 어쩔 수 없이 늦췄다면 금리인상 기간은 어쩔 수 없이 오래 가져가야만 할 것으로 본다. 물가정책은 한번 실책하면 매우 큰 고통이 따르게 된다. 연준은 꽤나 많은 일을 해야만 한다. 잘못 삐끗하면 황천길이다.



결국 내년 투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고금리가 제법 오래지속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경기침체와 외환시장과 부동산 충격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수정) 그나마 외환시장의 경우 미국이 원하는 가격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과 10월 영국이 보여준 금융충격을 통해 연준이 무언가 배웠을 것은 안도할 부분이다. (수정 20일) 



우리나라는 내년 내수와 수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문재인 재임기간 처절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부동산 문제가 매우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모두가 부동산 불패를 믿으며 부동산 투자를 감행했고, 이는 어마어마한 미래 수요를 현재로 끌어와 부동산 폭등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이후다. 미래수요가 현재로 넘어왔으니 미래 수요는 공백상태가 된다. 또 거품이 터지니 미래수익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금리인상으로 인해 비용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겼다. 수익은 없는데 비용만 있으니 소비가 줄어든다. 내수부진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판매액지수를 이해하기 위해 만든 위 소득/부채이자 지표는 추세적 하락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임시직의 경우 08~09년보다 낮은 수준이고 정규직의 경우 08~09년에 근접했다. 아직 이들 지표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선 내년 내수부진은 사실로 보인다.

정말 짜증이 나는건 이 거대한 부채로 인해 한은의 금리운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미국이 적당한 킹당러를 원한다는 점. 이창용 총재는 능력이 있어 보이니 잘 해낼거라 믿는다. 

또 이렇게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10월 말 pf시장 문제가 터졌듯 이런저런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다. 지금부턴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문재인이 똥 싼걸 치우질 못할 망정 김진태는 문재인 똥 옆에 똥을 또 쌌다. 이런 인간들은 정말이지 정치를 해선 안된다. 


수출 역시도 호락호락 하지 않다. 

  



한국 수출에 선행하는 ism 제조업 신규주문 지수는 계속 하락 중이고, 그에 동행/후행하는 지표인 우리나라 제조업 신규수주 실적도 역시 계속 추세적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바닥이 어디일지 알 수 없다. 다만 미국 경기에 따라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점만 알고 있을 뿐이고, 내년 미국 경제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걸 고려하면 이 추세적 하락은 최소 6개월 계속 진행 될 수 있다. 


결국 내수와 수출이라는 경제 수레의 양 바퀴가 다 고장난 셈이다. 


그럼 투자를 쉬어야 하나? 난 지금 시장이 이 모든 위험을 반영했는지 반영하지 않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싸다 비싸다는 내 기준이 있을 뿐이다. 지금 시장은 내게 적당한 가격이다.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 그럼에도 개별 기업을 보면 싼 기업이 있고 비싼 기업이 있다. 지금부터는 기업들을 잘 골라내야만 한다.

우선 고금리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있으니 부채 감당이 안될 기업은 제외해야 한다. 

또 기업들이 투자를 과거와 같이 공격적으로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필수 소비재 주를 중심으로 투자를 고민해봐야 한다. 요즘 내 주변 외국인 친구들로부터 한식, 특히 김치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고 있다. 과거 내 친구들이 화장품 직구를 많이 하는 것을 보고 투자한 아모레퍼시픽이 성공적이었다. 식료품 투자도 나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다만 과거 화장품과 같은 수준의 열광은 아직 아니다.

기준금리가 고점을 찍고 그 수준을 한동안 유지된다면 시장은 의외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날 수 있다. 즉 고금리로 허덕이던 기업들이 기대심리로 짧게 그리고 크게 반등할 수도 있다고 본다. 때를 잘 보고 진입해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달러의 경우도 이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전통적으로 불황에 강한 산업들이 있다. 이들 산업들에 속한 기업들을 잘 추려서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적고 보니 매우 좋은 투자아이디어는 많이 없는듯 싶다. 

올 해 마지막까지 시간이 더 있으니 천천히 더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