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6일 월요일

개인잡설 - 1

1일 노트 중


경제를 크게 두개로 나누어 본다면 실물 부문의 경제와 통화 부문의 경제가 있다. 

실물 경제는 우리가 체감하는 경제로 이들의 강약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통화 부문의 경제 즉 금융 경제는 우리가 체감하기 어렵다. 이를 체감하는건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참여함으로써 돈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경험하는 방법 이외엔 없다. 

실물 경제는 몸과 같고 금융 경제는 피와 같다. 몸이 커지면 그에 맞게 혈액도 증가하고, 몸이 건강하면 피가 고르게 순환하게 된다. 20년 코로나를 거치며 급격히 몸이 움츠러든 우리 몸에 방대한 양의 피가 수혈되며 고혈압을 일으켰고, 이것이 거품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금리인상을 통해 몸에서 혈액을 빼내고 있고, 이는 정상화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문제는 고혈압을 거치며 우리 몸에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겼다는 것이고, 이 문제들은 혈압이 낮아진다고 바로 해결될 문제는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정상화의 과정에서 이런저런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지금 우리는 상식적인 상황을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필터없이 말한다면 앞으로 금융시장은 1. 부채가 적은 국가가 유리하고, 2. 코로나 기간 거품이 적게 나타난 국가가 유리하고, 3. 혁신이 강하게 나오는 국가가 유리하다. 

부채란 미래 성장을 현재로 가져오는 행위다. 부채비용은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크게 올랐고, 비용이 증가한 만큼 성장도 크게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미중 패권다툼으로 세계 경제가 블록화 되어가고 현재 천천히 식고 있는 실물경제를 지켜볼 때 성장이 크게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이 둔화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은 부채가 적은 것이 유리하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적당한 부채가 유리하다.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재인이가 크게 늘려놨지만 아직까진 상대적으로 건전(?)하다. 문제는 가계부채에 있다. 문재인의 경제 정책 대실패가 위험한 가계부채를 만들어 냈고, 이 것은 코로나 기간의 유래없는 유동성과 만나 더 거대한 거품을 만들어냈다. 부동산, 주식, 코인 3대 시장 모두에서 거품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동산의 거품이 매우 거대했는데, 이 문제가 여실히 들어나는 것이 김진태가 불지핀 레고랜드발 pf 문제다. 

레고랜드 부채는 사실 그리 크지 않았다. 부채 규모는 2050억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50조 가까운 돈이 들어갔다. 다시 말하면 200배가 넘는 돈이 투입된 것이다.(오타 수정 2/14) 그럼에도 pf 위기가 꽤나 장기간 시장을 흔든 것은 지금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혈압 증상이 오래되어 여러 합병증이 생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합병증은 장기간에 걸쳐 이런저런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지금 정부와 다음 정부 모두가 이들을 잘 관리해야만 한다. 그나마 이번 대응을 보면서 생각하는건 무능하진 않다는 것. 김진태는 욕 먹어도 마땅하지만 적어도 정부의 빠른 대응은 적절했다.

금융시장의 거품을 고혈압에 비유했다. 고혈압은 다른 많은 합병증을 유발한다. 즉 이런저런 알 수 없는 문제들이 어떻게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다. 부동산, 주식, 코인 모두가 거품을 만들어냈고, 이들 모두가 위험 요소다. 특히 코인에 들어간 많은 돈은 매우 아쉽다. 부가가치를 전혀 창출하지도 못하는데 피 같은 돈이 들어갔다. 이렇게 돈이 낮은 부가가치로 혹은 부가가치가 거의 없는 곳으로 흘러가는 것은 혁신을 방해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혁신에 필요한 재원과 정책들이 절실하다.

혁신은 언제나 중요하다. 혁신을 비유하자면 신체 단련과 같다. 즉 신체를 단련해 더 건강하고 단단한 몸을 갖는다면 경쟁에 유리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원과 환경이 부족한 국가는 이 혁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마치 상대적으로 약한 몸을 갖고 태어난 사람과 같다. 우리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신체 단련을 통해 강한 신체를 가져야 한다. 혁신은 자기 파괴를 기반으로 한다. 더 나아지려는 욕구, 더 좋아지려는 욕구. 더 좋아지고 더 나아지기 위해선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이 불편해져야만 한다. 그 불편함을 거쳐야 발전이 있다. 편하게 발전하는 경우를 난 보질 못했다. 헌데 전세계가 지금 모두 편해지려고만 한다. 이 때 혁신을 보일 수 있는 국가가 있다면 돈은 이들 국가로 흘러가게 된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기업들이 보여주는 혁신과 중국의 천인계획과 같은 정책적 방향은 매우 부럽다. 중국은 공산당의 지도하에 경제정책이 수립되고 그에 맞춰 기업들이 움직이니 미국 기업들과 같은 혁신이 나오기는 어렵지만 천인계획 만큼은 매우 유효하다고 본다. 특히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아닌 fast follower 전략에선 매우 유효하다. 

난 개인적으로 중국의 철저히 자국보호 위주의 정책들을 보면서 분노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에게 아쉬움도 많이 느낀다. 눈에 띄는 기업의 혁신 혹은 정부의 계획이 있나? 창업과 수성은 다른 성질이다. 문제는 수성도 언젠가는 창업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 고인 물은 썩기 때문이다. 내 눈엔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창업 수준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특히 우리 경제의 두 필의 말, 삼성과 현대는 지금 중요한 시점에 온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정의선씨는 그 능력이 매우 출중한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건 삼성이다.

난 중국과 잘지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좋게 보지 않는다. 중국의 노골적인 자국보호 정책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매우 힘든 상황에 왔다는 것, 그리고 중국은 13억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중국은 가져가야 한다는 것. 즉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싸움에서 이기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중국의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보조하는, 즉 5~10년전의 중국이 우리나라의 모습이 될 것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 주소를 보면 뻔한 모습이다. 꽤나 많이 쫓아온 반도체 산업(메모리 반도체, 비메모리는 우위에 있음) 그리고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과 태도를 볼 때 이들은 시장경제의 최소한의 룰 조차도 거리낌 없이 무시하는 두터운 안면을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패권을 가져보지 못해서 그런지 공격의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계속해서 줄만 타며 소극적인 전략을 가져간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가장 첫 번째 한계가 아닐까 싶다. 

잡설이 너무 길었다. 

주말 절에 다녀올 계획이다. 가서 가족과 우리나라를 위한 기도나 하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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